[쿠키 사회]
신빈곤층은 기존 사회안전망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제도로는 신빈곤층을 따로 찾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빈곤의 위기에 놓인 서민·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다음에야 위기 가정이나 차상위 계층, 더 악화될 경우 기초수급 대상자로 파악될 뿐이다. 정부가 내놓는 빈곤 대책으로는 기존 빈곤층을 지원할 수는 있어도 서민·중산층이 신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늘어나는 신빈곤층
보건복지가족부 민생안정지원본부가 파악한 경제 위기 가정은 지난 1월에만 8만5459가구다. 소득 상실이나 실직·폐업 때문에 지원을 요청한 경우가 41%다. 주소득자가 숨지거나 이혼한 경우,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경제 위기가 긴급복지지원 신청 사유의 절반 이상이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부양가족의 소득·재산 기준이 초과해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1만건 가량 된다. 정부 지원 대상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민간 후원을 받은 경우가 2만4717건이다.
지난 1월 생계 위협을 느껴 지원을 신청했지만 기존 빈곤층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3만여 가구. 이들이 바로 신빈곤층이다. 파악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리고 더 많은 가정이 신빈곤층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신빈곤층 몰락 막을 대책도 없다
복지부는 추경 예산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릴 뿐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경 예산으로 지원받을 대상을 정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빈곤 계층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게 전부다. 부양가족 등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 경우나 차상위 계층 등에 대한 전수조사다.
추경 예산이 나오면 빈곤 계층 실태 조사 결과를 반영, 저소득층에 소비 쿠폰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한시 지원 정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이런 정책은 기존 빈곤층을 확대 지원하는 의미가 있지만 신빈곤층 몰락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서민·중산층이 신빈곤층으로 떨어지기 전에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자영업자 파산과 근로자 실업으로 서민·중산층이 신빈곤층으로 몰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또 "현행 복지 정책은 대부분 저소득 빈곤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위기를 겪는 서민·중산층은 빈곤층으로 떨어져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층을 찾아내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을 감안해 소득수준을 따지지 않고 제공되는 보편적인 복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무상 교육 범위를 유치원에서 고등학교로 확대하거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에서 시행되는 아동수당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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