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제구실 할 수 있을까… 저소득층 도움 불구 경기부양엔 한계

‘소비쿠폰’ 제구실 할 수 있을까… 저소득층 도움 불구 경기부양엔 한계

기사승인 2009-03-06 22:28:01


영세상인도 혜택볼 수 있는 장치 필요
복지부 “시급성 감안땐 현금이 적절”


정부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을 위해 현금이 아닌 소비쿠폰을 나눠줄 방침이지만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 형식의 소비쿠폰을 위해 단말기를 보급해야 하는 데다 재래시장 등 영세 상인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저소득층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현금 지급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6일 "소비쿠폰을 쓰려면 전자 바우처를 쓸 수 있는 단말기가 갖춰져야 한다"며 "단말기 구축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설치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소비쿠폰은 위·변조 가능성 때문에 상품권 형태의 종이쿠폰보다 전자 바우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은 하루라도 빨리 생계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미 시행이 확정된 보육 바우처제를 위해 보육기관 32만곳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시간을 3∼4개월로 예상했다.

단말기 등 인프라 보급 문제로 소비쿠폰을 쓸 수 있는 곳은 대형할인점 등 대기업 소유 유통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영세상인에게 소비 진작에 따른 혜택이 돌아가지 않게 된다. 소비쿠폰 지급 대상이 저소득층에 한정되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도 보장할 수 없다. 고영선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소비쿠폰이 경기 부양에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쿠폰 아이디어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먼저 나왔다. 윤 장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소비쿠폰 지급을 검토하겠다"면서 "경기 부양적 생계 지원 차원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후 소비쿠폰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했다.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이 대규모 유통업체 수익으로 환원돼 서민들의 소비 사이클 확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경기 부양 효과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빈곤층 지원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정부 보조금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현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현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기한을 지정한 쿠폰을 나눠주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동안 추경예산 배분 논의 과정에서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은 현금 지급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결국 현금으로 지급하면 소비 대신 저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선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소비쿠폰 형태를 취하겠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금을 지급받은 저소득층이 생계비에 쓰는 대신 저축을 할 것이라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부와 재정부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계비를 지원받으면 저축을 하겠다는 응답은 매우 적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Key Word 소비쿠폰

저소득층이 생필품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의 일종. 정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뿐 아니라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재산 기준(4인 가족 8500만원)이 초과되거나 부양의무자에게서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빈곤층에게 1인당 한 달에 15만∼20만원의 소비쿠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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