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2010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대폭 확대하면서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 사이에 불안과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에는 어느 정도 찬성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차별을 낳을 것이라는 불안과 공정한 선발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적지 않았다.
◇“공정성 의심”=17일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모르겠다.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경기여고 3학년생 홍모(18)양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 들어는 봤는데 내용은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목동고 김모(18)양은 “너무 갑자기 입학사정관 선발 학생 수를 늘리는 것 같다”며 “제도 취지는 좋지만 좀 표면적이라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입학사정관제 자체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특히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핑계로 특정학교나 특목고 학생들을 합법적으로 우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 목동고 3학년 담임 박모씨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들에게 슈퍼맨이 되길 요구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특정 고교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선발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학습 범위가 비교과까지 넓어지면서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교 3년생 정모(19)양도 “선발 기준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원가는 입학사정관제 특수를 노리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치동의 영어학원인 S아카데미는 다음달 초 학부모들을 상대로 입학사정관제 대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학알선업체인 S컨설팅은 유학이나 교환교류를 통해 해외 경험을 쌓은 학생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S컨설팅의 김모 원장은 “교직 경험이 있는 입학사정관제 전문 카운셀러를 확대 채용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에게 원하는 학과에 대한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입학사정관 면접 등에 대비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학생들도 역차별 우려=입학사정관제 취지가 성적보다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지방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더욱 많았다.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나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고3 아들을 둔 주부 정모(48·원주시 일산동)씨는 “지난해 입시에서 고려대가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입학사정관제가 활성화되면 고려대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질 것 같다”면서 “이 지역 학부모 대부분이 입학사정관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양모(44·여·전주시 인후동)씨는 “둘째 아들이 대입을 치르는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 비율이 더 높아질 것 같은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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