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 드라마 작가에게 선급금 환불 요청…작가들 강력 반발

[단독] KBS, 드라마 작가에게 선급금 환불 요청…작가들 강력 반발

기사승인 2009-03-20 18:09:01
[쿠키 문화] KBS가 방송사 적자 등을 이유로 스타급 드라마작가 20여명에게 미리 지급한 원고료(선급금)를 2주 안에 돌려주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급금은 방송사가 시청률 등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인기 작가를 묶어두기 위한 입도선매식 계약방식으로 방송사가 만들어낸 관행으로 정산 시한은 이번 주말이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일 방송계와 한국방송작가협회 등에 따르면 KBS는 지난 3월 초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쓴 노희경씨를 비롯해 유명 작가에게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선급금을 일시에 돌려달라고 통보했다. 일부 작가에게는 가압류 통보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횟수에 해당하는 금액 중 방송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명시하고 작가 개개인에 따라선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일주일내 회신을 요청했다. 특히 이를 이행치 않으면 법적조치에 들어갈 것이며, 남은 금액은 2주일 이내까지 반납하라고 명시했다.


작가들은 KBS가 스스로 만든 관행을 깨고 원고료를 정산하라는 데 격분하고 있다. 한 작가는 “선급금은 사실상 방송사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관례인데 이를 일방적으로 어기는 것은 강자의 횡포”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이는 “계약서엔 집필이 중단되거나 부득이하게 방송이 안 될 경우 서로 협의 처리한다고 돼 있다”며 “일방적인 반환 통보는 절차상으로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통보받은 20여 명 중에는 드라마 집필은 했지만 방송 편성이 되지 않아 드라마가 방송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수억 원대 선급금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 작가들은 “쓸 기회(작품 편성)도 안주고 모두 돌려 달라는 것은 작가를 일회용품으로 아는 몰상식”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신인 작가들은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다음 작품을 하려면 방송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작가는 “생활이 빠듯한 신인들이 제일 걱정”이라며 “이들은 액수 부담은 적지만 생활비 등으로 이미 다 써, 빚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작가협회는 이날 “내용증명 발송 등의 행동을 자제하고, 필요할 땐 협의 절차를 거쳐달라”는 공문을 KBS에 보냈다. 노희경 작가를 비롯한 20여명도 금명간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내용증명의 발신인으로 돼 있는 KBS 박상섭 제작운영팀장은 “해줄 말이 없다. 홍보팀으로 문의해 달라”고만 했다. 하지만 홍보팀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응진 드라마국장도 “방송국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며 자세한 설명은 회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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