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교병필패(驕兵必敗)’. 프로농구 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이 지난 29일 창원 LG와 플레이오프 홈 경기를 마친 뒤 던진 사자성어다. 중국 한나라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유리한 전세나 압도적인 전력만을 믿고 교만에 빠지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삼성-LG의 경기가 아닌 전주 KCC-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1차전 대승을 거둔 KCC는 30일 2차전에서도 하승진(2m21)-마이카 브랜드(2m7)를 앞세운 골밑의 우위를 내세워 손쉬운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15점차로 앞선 4쿼터에서 방심한 듯 느슨한 움직임으로 일관하다가 8분여 동안 무득점에 묶이면서 경기가 뒤집혔다. 마지막 쿼터 10분 동안 거의 놀았다고 할 수 있다.
골밑과 가드진 모두 전자랜드를 압도했음에도 경기에 진 이유는 경기를 마무리하는 4쿼터에 15점차라는 압도적인 리드만을 믿고 방심한 탓이다.
안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플레이오프 등 굵직굵직한 경기를 앞두고는 어김없이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선전한 뒤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화룡점정(畵龍點睛·용의 눈동자를 그린다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는 것을 의미)’을 내세워 유종의 미를 거뒀고, 4강전은 첫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 칠판에 써놓은 대로 ‘파죽지세(破竹之勢·대나무를 쪼개듯 맹렬한 기세)’로 통과했다.
챔프전에 오른 안 감독은 동부와의 1차전을 앞두고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지르고 서쪽에서 친다는 것으로 상대를 교란한다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내걸며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동부를 교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1승 4패로 진 뒤 안 감독은 ‘유구무언(有口無言·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쓰라린 마음을 대변했다.
올 시즌에도 안 감독의 사자성어 시리즈는 계속됐다. 삼성이 9연승을 거둔 지난 1월1일 ‘우보만리(牛步萬里·소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라고 말했고, 25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는 어떤 팀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난형난제(難兄難弟)’,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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