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LG 혈투 속에 인생사 보이네”

[프로야구] “SK―LG 혈투 속에 인생사 보이네”

기사승인 2009-05-13 17:43:00
[쿠키 스포츠] 5시간 39분에 걸친 SK-LG의 잠실 혈투. 야구팬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를 보며 그 속에 담긴 인생사를 곱씹었다. 다음날 출근할 걱정에도 불구하고 12일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경기가 새벽 0시9분에 끝나도록 경기장과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응원하는 팀의 승패를 떠나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야구사에 오래도록 남을 명승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포기나 방심은 금물= LG는 1-4로 끌려가던 9회초 구원투수 이재영이 수비 실책으로 추가 실점하면서 집중력을 잃고 대거 5점을 허용했다. 비록 9회말 8점을 뽑아내며 극적인 동점을 이루는 대반전이 있었지만, 9회초 대량실점을 할때만 해도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면 SK는 9회말 9-1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고 2군에서 갓 올라온 정우람을 시험 가동했다. 큰 점수차를 믿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 펼친 느슨한 운영이었다. 이게 화근이었다. LG는 SK의 방심을 틈타 프로야구 사상 9회말 최다득점 기록인 8점을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SK는 다잡은 승리를 놓칠뻔 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라= LG는 9회말 9-9 동점을 만든 뒤 2사 1, 2루 끝내기 기회가 계속됐지만 정성훈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10회초 다시 한 점을 내줬지만 10회말 페타지니가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최동수가 곧바로 안타를 때려내며 또다시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말, 10회말 끝내기 찬스를 연속으로 놓친 LG는 결국 12회초 마무리 우규민이 SK 타선에 대거 6실점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인내하고 자제하라=들쑥날쑥한 심판 판정 때문에 양팀 선수들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쌓여가던 불만은 12회초 SK 나주환의 몸에 맞는 볼을 계기로 폭발했다. LG 김재박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와 번트 동작 중 맞았으므로 몸에 맞는 볼이 아니라고 항의했다. 관중석에선 물병이 날아들었고 구심의 이름을 연호하며 비아냥거렸다.

이후 평정심을 잃은 LG 우규민은 대거 6실점했고 승리는 SK로 넘어갔다. 출전 선수 명단에 들어있는 모든 선수를 소진한 LG는 포수 김정민을 좌익수에, 1루수 최동수를 투수에 집어넣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16년차 김정민이나, 15년차 최동수 모두 그 포지션에 들어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승자는 웃고 패자는 고개를 떨궜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계의 금언을 떠오르게 하는 진득한 경기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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