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한예종 총장 사퇴… 前 정권 인사 또 중도하차

황지우 한예종 총장 사퇴… 前 정권 인사 또 중도하차

기사승인 2009-05-19 22:20:01


[쿠키 문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황지우(56·시인·사진) 한예종 총장이 19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및 중징계 움직임에 대해 "전형적인 표적 감사"라며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진보진영 인사로 분류된 황 총장까지 임기 중 중도낙마하면서 결국 이번 사안을 둘러싼 최대 논점은 제기된 비리의혹의 사실 여부와, 현 정부의 전 정부 인사 '물갈이' 또는 '솎아내기'의 정당성 여부에 맞춰져 있다.

◇겉으로 드러난 쟁점=황 총장은 이날 서울 석관동 교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3월18일에서 5월1일까지 진행된 문화부 감사실 감사는 학교 설립 17년 연혁 가운데 유례가 없는 융단폭격식 감사"라며 "식물상태에 빠진 총장직에 앉아있다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나로 인해 본교에 몰려 있는 수압을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부는 그간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황 총장의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추진 중이었다. 황 총장이 사진전 개최를 이유로 학교발전기금 800만원을 받고도 전시회를 열지 않았으며, 주무부처의 허가 없이 3차례 해외여행을 해 공금 횡령과 공무원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총장은 혐의를 대부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문화부 감사내용이 설령 맞다고 하더라도 총장직 파면까지 요구할 중대한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드러나지 않은 실제 의혹=정부 고위 관계자는 "황 총장이 자기 아들을 부당하게 한예종에 입학시켰다"며 "총장처럼 자기 자식을 입학시킨 한예종 교수가 30명이나 되더라"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엄청난 비위 내용이다.

하지만 한예종측 설명은 입시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 황 총장 측근은 "황 총장 아들이 5수 끝에 2002년 합격한 사실은 있으나 총장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고, 그것도 황 총장과 상관도 없는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아들은 휴학 뒤 복학을 안 해 현재 제적 상태라고 한다. 다른 교수들 사례에 대해서도 이 측근은 "최근 9년간의 한예종 입학생 중 교수 자녀는 총 25명"이라며 "단순히 9년간의 누계만 있을 뿐, 비리를 통해 입학시킨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황 총장의 집무실에서 북한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여러 통 발견됐다는 지적도 정부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총장은 "내가 간첩이라는 얘기냐? 허허…. 수년 전 연변으로 여행을 갔다 사온 북한 잡지와 북한 기념우표책에 불과하다"며 어이없어했다.

결국 종착역은 '표적 인사' 논란=이번 사안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한예종의 위상이 그렇게 대단해서가 아니다. 국내 대표적 현대시인으로 꼽히는 황 총장이 진보 또는 좌파 인사로 분류돼 왔으며, 앞서 김윤수(73)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63)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 잇따라 중도하차한 연장선상에 이번 낙마 사태의 본질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좌우 또는 여야 간 끊이지 않는 공방과 충돌 속에서 문화예술계의 상처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양진영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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