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폐막된 ‘제5회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호수공원에 접한 스포츠몰 부지를 무료 주차공간으로 개방해 간신히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내년초 이곳에 관련시설 건립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3년 뒤에는 박람회를 어디서 열게 될지 불투명해졌다.
호수와 꽃의 조화,이제 볼 수 없나
고양꽃박람회는 일산 호수를 배경으로 꽃전시관과 꽃밭을 둘러보는 봄나들이를 테마로 기획됐다. 미숙한 운영 등 시행착오로 꽃구경하는 즐거움보다 인파에 휩쓸리는 불편을 겪는 일이 반복됐지만 2003년 첫 행사 때의 관람객이 130만명으로 집계됐고 두번째·세번째 행사에 각각 73만명·7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그러나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호수공원 인근 빈터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2006년 네번째 박람회는 어쩔 수 없이 11억원을 내고 킨텍스에서 열었다. 건물안에서 열리면서 자연 채광이 안 돼 꽃잎이 제 색깔을 나타내지 못했고 빨리 시들어 관람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번에 주차장을 마련해 원래 장소로 돌아오자 관람객이 53만명으로 늘었다. 고양꽃박람회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지만 주차장으로 사용할 빈땅을 더 이상 찾기 힘들게 됐다.
반쪽 기능만 갖춘 국제 행사장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꽃박람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98억원을 들여 3개 옥내 전시관 3672㎡(1110평)와 2개 옥외 전시관 8600㎡(2606평)를 갖춘 꽃전시관을 건립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1999년 공원부지를 용도변경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호수공원 앞에 그냥 쓸 수 있는 빈터가 있어서 전시관만 새로 지은 것이다.
고양시는 1∼3회 꽃박람회를 치르는 동안 행사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등 신도시 조성 이후 방치돼 있던 방송용지 3분의 2에 대규모 오피스텔 건축을 허용해 그 땅값으로 해당 방송국이 남은 땅에 1200억원짜리 건물을 공짜로 지을 수 있게 하는 사실상의 부동산 투기를 허용했다. 현재의 MBC드림센터와 럭키엠시티가 계획도시의 틀을 깨뜨린 고양시의 근시안적 행정의 소산이다.(본보 2004년 2월24일 10면 참조)
시민들은 “일산신도시 중심업무지구에서 지정된 용도에 벗어난 투기를 조장할 게 아니라 차라리 문제의 땅을 시가 사들여 꽃박람회 등 국제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게 호수공원의 기능을 보완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고양=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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