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26기인 박명렬 소령은 F4 팬텀기 조종사로 1984년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에서 저고도 사격훈련 중 순직했다. 4살도 안돼 아버지를 잃은 박인철 대위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결국 공사에 진학,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다. 박 대위는 “처음 조종간을 잡았을 때 나는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버지, 아버지만은 아실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박 대위는 2007년 현충일에 아버지 묘비 앞에서 아버지가 못다 이룬 창공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지 40여일만인 7월20일 서해안 상공에서 KF16을 몰고 요격훈련을 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이 책은 남편과 아들을 모두 하늘에서 잃은 부인 이순신씨의 기막힌 사연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소설가 차인숙씨가 이씨와 만난 뒤 집필했다. 차씨는 순직한 부자 조종사의 삶을 통해 공군 조종사들의 양성과정과 충성심 등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기까지 아들의 정신적 방황, 남편·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미망인의 애절함도 곳곳에 배어있다.
공군은 5일 부자 조종사가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작가 차씨와 유가족, 공사 동기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설 헌정식을 가질 예정이다. 차씨와 출판사 화남은 도서 판매수익금 일부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증해 의인기금을 조성, 추모사업과 장학사업에 쓰기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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