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10으로 끌려가던 8회말 반격을 시작해 역전승 일보 직전에서 10대 11로 무릎을 꿇었다. 2일 경기에선 1-9로 뒤지던 8회말 4점, 9회말 5점을 뽑아냈지만 8∼9회초 2점씩 실점하는 바람에 또 10대 11로 졌다.
지난달 12일 잠실 SK전에서 1-9로 뒤지던 9회말 대거 8점을 따라잡으며 기어이 연장 승부에 돌입했지만 16대 10으로 패했다. 지난달 21일 광주 KIA전에선 프로야구 사상 최장시간 기록인 5시간59분간의 혈투를 벌였지만 13대 1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정타 한 방이 모자라 승리 문턱에서 주저앉곤 한다. 8연승을 달리며 2위까지 치솟았던 LG의 순위는 5위로 떨어졌다.
◇희망 고문= LG팬 사이에선 ‘희망 고문’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승산이 없었던 경기를 순식간에 따라잡아 승리에 대한 희망을 부풀려 놓고는 결국 지면서 허탈감을 주는 것을 고문에 빗대 나온 말이다.
LG는 팀타율 0.29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선수 페타지니가 0.419로 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최동수 등 5명이 3할 이상의 타율로 타격 20걸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박종호(0.308)와 김정민(0.320)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꼴찌를 달리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 후반인 6회말 이후 LG가 올린 득점은 4일까지 52경기에서 147점으로 평균 2.82점에 이른다. 초반 5이닝 동안 뽑은 점수(151점·평균 2.90)와 후반 4이닝에 낸 점수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빼어난 득점력이다. 두산이 6회말 이후 평균 득점 2.54로 LG에 근접한 후반 집중력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2점대 초반∼1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마운드= 그러나 LG는 평균자책 5.49로 히어로즈(5.86) 다음으로 마운드가 신통찮다. 선발진에선 봉중근과 심수창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난조를 보이고 있어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마무리 투수 우규민도 평균자책 4.37로 불안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화끈한 득점 지원을 받으며 투구 이닝을 늘려가기 보다는 초반 붕괴 이후 타격에 의존한 추격전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무너진 선발 투수는 마음 아프고, 혹사 당하는 계투진은 지치고, 후반 불꽃 타에도 불구하고 역전승을 거두지 못하는 타선은 피로감에 젖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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