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 4.5장 자격 있나

아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 4.5장 자격 있나

기사승인 2009-06-07 18:32:01

[쿠키 스포츠] 약자를 위한 강자의 배려일까, 상업적 흥행을 고려한 암묵적 허용일까. 지구촌의 축구축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월드컵 개막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최근 10여년 간 꾸준하게 이어져왔던 논란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에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진 본선 진출권이 바로 그 논란의 대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 세계 32개국이 참가할 수 있는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아시아에 4.5장의 티켓을 부여했다. 아시아는 상위 4개국이 본선에 직행하고 나머지 0.5장의 티켓은 아시아 5위와 오세아니아 1위가 플레이오프를 통해 따내는 방식으로 최종예선을 벌인다.

현재 오세아니아에서는 뉴질랜드가 1위에 올라 아시아 5위를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는 경우에 따라 최대 5개국을 월드컵 본선에 내보낼 수 있다. 7일까지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호주가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축구보다 돈을 선택한 FIFA의 불편한 진실

월드컵은 철저하게 상업적 흥행을 선택해왔다. FIFA는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적 기업들과 거액의 스폰서십을 체결한다. 기업들은 월드컵 기간 중 광고를 별도 제작해 특수를 노리고, FIFA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전 세계 소비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이 월드컵과 큰 인연을 맺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축구계에서 약체로 분류된다. 한국이 꾸준하게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해온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급성장이 잠시 주목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순간에 불과했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먼나라 이야기다. 이들 국가 중 중국만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을 뿐이다.

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사정을 고려해 FIFA는 본선 진출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매 대회마다 2장 이하로 주어졌던 아시아의 본선행 티켓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5장으로 확대됐다. 일본의 반세기 숙원이었던 첫 월드컵 본선 진출도 이때 이뤄졌다.

이후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은 2002년 한·일대회에서 개최국에 주어진 2장을 포함해 총 4장으로 늘었다가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4.5장으로 확대됐다.

재물에 불과한 아시아, 월드컵 수준 하락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기량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 아시아는 좋은 1승 제물이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아시아 국가가 포함된 조가 상대적으로 ‘희망의 조’로 분류되는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월드컵 본선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거둬온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시아는 2006년 대회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열린 월드컵에서 5차례나 본선 진출국을 배출하지 못했다.

1938년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한 동인도제도가 네덜란드령이었고, 1950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오른 인도가 출전을 포기한 점까지 감안하면 총 7차례 대회에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셈이다. 또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수백 경기 넘게 치른 월드컵에서 아시아는 불과 10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아시아의 첫 승은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이탈리아(1-0)를 상대로 따냈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중동발 모래바람을 불러 일으킨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조별리그에서 2승을 올렸다. 당시 북한은 8강, 사우디는 16강에 각각 올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1승을 올렸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3승(2무2패·승부차기승은 기록상 무승부로 집계)으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공동개최국 일본이 16강까지 2승(1무1패)을 기록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토고(2-1)를 상대로 승리를 쟁취했는데, 이것이 최근까지의 기록 가운데 아시아의 마지막 승리였다. 아시아가 월드컵에서 거둔 10번의 승리 중 4번은 한국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의 대회에서 전패, 또는 겨우 한두 차례의 무승부를 따내는 정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반복해왔다. 2002년 대회에서 사우디가 독일에 0-8로 완패했던 사건은 현재까지 세계 축구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는 좋다…긴장감은 더 필요해”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 확대에 유럽과 남미, 북중미, 아프리카 등의 상대적 강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월드컵 본선보다 더 치열한 대륙별 예선을 치러야 하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은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 확대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분명한 것은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이 늘어날수록 한국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단골 출전국이다. 1950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사실상 아시아의 첫 출전국으로 본선에 나갔고 1986년 멕시코대회 이후 7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도 작성하고 있다.

한국에 월드컵 본선 진출은 더 이상 절박한 게 아니다. 얼마나 더 쉽게 경기를 치러나가는가가 관건이며, 본선행 관문이 쉬우면 쉬울수록 선수들의 컨디션 보호와 일정 관리에 있어서 유리하다.

강신우 MBC 축구해설위원은 “FIFA가 마케팅적 측면과 다양성을 고려해 아시아의 본선행 티켓을 늘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아시아의 본선 진출 관문이 쉬울수록
당연히 한국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이 줄어들지 않기 위해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 확대가 한국에 유리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최종예선을 쉽게 통과하고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아시아의 본선 진출권은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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