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은 앙드레김 패션쇼?’… 왜 흰 옷만 입을까

‘윔블던은 앙드레김 패션쇼?’… 왜 흰 옷만 입을까

기사승인 2009-06-23 15:14:01
"
[쿠키 스포츠] 세계 4대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 중 하나인 윔블던에서 선수들은 왜 하나같이 흰 옷만을 고집할까. 꾸준하게 프로테니스 경기에 관심을 가져온 마니아라면 한 번쯤 이같은 질문을 던져봤을 법하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앤 크로켓 클럽’에서 개막한 올해 대회에서도 출전 선수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등장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8·스위스)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마리아 샤라포바(22·러시아)는 밀리터리 스타일의 흰 재킷을 선보였다.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28·미국)는 흰 트렌치코트로 시크한 매력을 뽐냈다. 스타일은 제각각이었으나 흰 색이었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이는 선수들의 선택이 아닌 강제 사항으로 윔블던 주최 측이 134년째 고집해온 복장 규정 때문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윔블던’의 포스터 스타일이 흰 색이었던 것도 이 대회에서만 적용되는 독특한 규정을 강조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로열박스에서 관전하는 영국 왕족에게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는 등 보수적인 윔블던의 대회 성격상 복장 규정은 단 한 차례의 어김없이 꾸준하게 지켜져왔다.

복장 규정이 이처럼 확립된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흰 옷은 테니스 선수들의 유니폼과도 같았다. 신사에게 흰 셔츠만 강요하는 등 화려한 무늬를 멀리했던 당시의 귀족들은 자신들만의 스포츠로 여겼던 테니스에 개성있는 복장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에 그대로 영향을 끼쳤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개성 강한 프로테니스 선수들이 이 같은 강제적 규정을 순순히 따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세계 테니스계를 휩쓸었던 안드레 애거시(39·미국)가 1988년부터 3년 간 윔블던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유도 복장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애거시는 1991년부터 흰 옷을 입고 나왔고 1992년에는 우승트로피에 입맞춤했다.

2007년 대회에서는 타티아나 골로방(21·프랑스)이 흰 스커트 안에 빨간 속옷을 입어 대회 주최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골로방은 주최 측의 허락으로 스커트 밖으로 훤히 비치는 빨간 속옷을 입을 수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뭔데 그래◀ 검찰의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 어떻게 보십니까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