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뜨려면 ‘착하거나 악하거나’

드라마 뜨려면 ‘착하거나 악하거나’

기사승인 2009-06-23 17:03:00

[쿠키 문화]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의 성격은 ‘아주 착하거나’ 또는 ‘아주 악하거나’로 극과 극을 달린다. 시청률 32.8%(AGB닐슨미디어리서치 20일 기준)를 기록하며 4주 연속 주말극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SBS ‘찬란한 유산’은 지극히 ‘착한 드라마’다. 반면 시청률 23.1%(22일 기준)로 아침드라마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MBC ‘하얀 거짓말’은 대표적인 ‘막장 드라마’에 해당된다.

‘찬란한 유산’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은성(한효주 분)이 아버지와 동생 등 모든 것을 잃었지만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이다. ‘찬란한 유산’에도 자극적인 요소는 있다. 하지만 이 요소를 상쇄시키고도 남는 밝고 긍정적인 힘이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다.
또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의 풋풋한 멜로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드라마를 받쳐준다. 한효주의 연기력과 이승기의 연기 뒷심도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막장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의 응원이 한 몫 한다. “이전 드라마들과 다르다” “ 신선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10회 정도가 남은 ‘찬란한 유산’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설렁탕 가게 유산의 향배 등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가 많이 남아 있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시청률 40%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얀 거짓말’은 간호사와 자폐증을 지난 남자와의 사랑을 중심으로 고부간의 갈등과 비뚤어진 모정 등을 담고 있다. 자폐아 아들 강형우(김태현 분)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신정옥(김해숙 분)과, 남편의 옛 여자에게 복수하는 이중인격의 극치 홍나경(임지은 분), 그리고 이 두 악녀 사이에 낀 서은영(신은경 분)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만 봐도 ‘막장’이다.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극성을 더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4월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아침드라마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주요 시청시간대인 오후가 아닌 오전 프로그램으로서 20% 이상의 시청률은 대단한 수치다.

이 처럼 극과 극을 지향하는 시청 행태를 단순히 시청자들의 변덕 탓으로만 봐야 할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요즘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그는 “시청자들이 막장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잊고자 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착한 드라마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전병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