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천수(28·사진)가 걸어온 지난 10여년 간의 프로축구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21세기의 문턱에서 한국축구에 혜성처럼 등장해 ‘밀레니엄 특급’이라고 불렸던 이천수지만 각종 연예인급 행보와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문제아’라는 오명을 썼다.
빠르고 재치있는 플레이 스타일과 정교한 프리킥은 물론, 쇼맨십과 달변으로 구름 관중을 몰고다니는 이천수가 유난히 많은 안티 팬들에게 시달리는 이유는 그동안 쌓아왔던 오명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 드래곤즈와의 마찰로 인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다수의 팬들이 함께 등을 돌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밀레니엄 특급에서 문제아로…
이천수의 축구인생에서 시작은 매우 좋았다. 지난 1998년 청소년대표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이천수는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안컵 등 국제 축구대항전에 매번 국가대표팀으로 발탁되며 승승장구했다.
이천수는 지난 2002년 울산현대에서 프로에 입문한 뒤 같은해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고 이를 계기로 2003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 첫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이천수는 이 기간 중 K리그 신인상(2002년)과 아시아축구연맹 선정 올해의 신인(2003년) 등 평생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도 모두 휩쓸었다.
문제는 이천수의 태도였다. 이천수는 울산현대 소속이었던 2003년 ‘삽질 X천수’라는 플래카드를 든 상대팀 관중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무례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천수의 악동 행보는 스페인 누만시아(2004년)를 거쳐 2005년 울산 현대로 돌아오면서 한 동안 잠잠해지는 듯 했으나 2년 뒤 유럽 진출을 놓고 난항을 거듭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2007년 8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입단을 확정지은 이천수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더니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수시간 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나타난 해프닝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그의 행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천수는 천신만고 끝에 페예노르트 입단에 성공했으나 네덜란드로 떠나기 하루 전인 9월21일 서울 강남의 모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다 여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피소됐고 같은해 12월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입국했다가 상대 측의 고소 취하로 위기를 넘겼다.
2008년에는 페예노르트에서 수원삼성으로 임대됐으나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으며 임의 탈퇴됐고 같은해 말에는 1억원 상당의 채무불이행으로 피소되는 등 온갖 악재에 시달렸다.
멈추지 않는 악동 행보
궁지에 몰린 이천수에게 전남은 구세주나 다름 없었다. 이천수는 올해 초 전남에 입단,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또다시 악동 행보를 보이며 팬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이천수는 올 시즌 프로축구 개막을 앞둔 2월 말 강한 의지를 표현하려다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을 돕겠다”는 실언으로 ‘오럴 사커’의 오명을 썼다. 이어서 3월에는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자신의 왼발 슛이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되자 부심을 향해 ‘주먹감자’ 세러머니를 해 징계를 받았다.
이천수는 이 사건으로 6경기 출전 정지와 페어플레이 기수 참여의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몇 경기 출전하지 못한 이천수는 최근 원소속팀인 페예노르트의 이적 방침에 따라 전남에서 떠나게 됐다.
박항서 감독은 ‘유종의 미’를 강조하며 지난 27일 포항스틸러스 원정에 합류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천수는 이행하지 않았고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은 끝에 팀에서 무단이탈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양 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진실게임을 벌였고 결국 전남은 지난 29일 K리그 측에 이천수에 대한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K리그 측이 전남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천수가 향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페예노르트는 현재 이천수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와 협상 중이다. 이마저 불발된다면 30대를 앞둔 이천수의 축구인생이 어떻게 흘러갈 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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