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나도팔(58·전남 나주시) 전남도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은 지난해 6월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양어머니 김복님씨가 자신에게 남긴 3993만원을 최근 나주교회에 기부했다.
나 단장은 까까머리 고교생이던 1968년 김씨를 만났다. 그는 당시 나주 중앙교회 중·고등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김씨는 같은 교회 여전도회 회장이었다. 지체장애와 정신장애를 앓는 어린 딸 하나만 뒀던 김씨는 나 단장을 친아들처럼 아꼈다. 장성한 나 단장이 전남도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주 만날 수는 없게 됐지만 이따금 만나 얘기꽃을 피웠다.
82년 김씨는 간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교회목사 등을 통해 "죽기 전 아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고 한걸음에 달려간 나 단장은 친아들처럼 김씨를 돌봤다. 조선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는 보호자동의서에 나 단장이 도장을 찍었다.
김씨는 1년여만에 기적처럼 간암을 극복했다. 하지만 12년 뒤 이번에는 혈액암을 앓게 됐다. 나 단장은 바쁜 공직생활 중에도 거의 매주 김씨를 승용차에 태우고 병원을 오갔다. 그의 헌신적 노력에도 김씨는 지난해 6월1일 숨을 거뒀다. 김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나 단장은 자기 명의로 된 통장 1개를 발견했다. 김씨가 나 단장으로부터 10여년간 받은 용돈 등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한푼두푼 모은 4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 있었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 첫 기일을 갓 넘긴 지난달 18일 김씨가 10여년간 명예권사로 재직한 나주교회 회계장로에게 "장학금으로 써달라"면서 전액을 보냈다.
아름다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나주교회 최태훈 목사와 나주지역 정남교 원로목사 등에 의해 뒤늦게 주위에 알려졌다. 나주교회 안수집사인 나 단장은 8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가르침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양어머님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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