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재계 투자 고민

정부 압박에 재계 투자 고민

기사승인 2009-07-15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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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기업에 투자를 주문하는 정부의 압박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3차 민관합동회의 발언을 시작으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따라 직설적 표현을 동원해 하반기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경기 전망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재계로서는 고민이다.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기업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미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더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당장 고민이 커진 것은 현대·기아차그룹. 윤 장관은 15일 자동차업계를 콕 집어 각종 혜택에 상응하는 ‘성의 표시’를 주문했다. 5개 완성차 업체 중 법정관리 상태인 쌍용차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대·기아차그룹을 향해 한 말이다.

정부의 소비세 30%, 신차 취·등록세 70% 감면 조치는 현대·기아차의 2분기 실적 향상에 큰 힘이 됐다. 더욱이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이 높아지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로 부각돼 정부 요구에 귀를 막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에 자극제가 되려면 국내 설비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미 미국과 유럽의 생산시설을 늘리는 중이어서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3월 발표한 대로 지난해 수준인 연구개발 부문 3조원, 시설부문 6조원 등 모두 9조원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투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당초 밝힌 대로 연구개발 3조5000억원 등 11조3000억원대 투자계획을 예정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 ‘노(No)’를 선언했다.

SK그룹은 올해 연구개발에 1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최태원 SK 회장은 제3차 민관합동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에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의 투자 규모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사업부별로 계획을 세워 그때 그때 집행하고 있다고 밝힐 뿐 그룹 차원의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를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게 기업의 생리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 져야 하는데 정부가 독려한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천지우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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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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