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일본에서 화제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일본에서 화제

기사승인 2009-07-17 16:40:00
[쿠키 지구촌] 세계 최초로 썩지 않는 사과를 개발한 시골 농부의 감동적인 실화가 일본에서 큰 화제다. 주인공은 일본 아모리 현 이와키마치의 6만평 농장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기무라 아키노리(60)씨.

그는 일본 생명농법의 창시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후 1978년부터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시도를 시작했다. 종전까지는 “농협에서 표창을 받을 정도로 농약을 많이 썼다”던 그였다. 그러나 농약은 커녕 비료도 쓰지 않으면서 곧 혹독한 시련에 직면했다. 나방과 자벌레 등 병충해가 밤낮으로 들끓었고, 사과나무는 누렇게 말라 죽어 갔다. 농사를 망치면서 가산이 파탄 나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무라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새벽부터 밭에 나와서 온종일 사과나무에 붙은 벌레를 손으로 잡고, 분무기에 식초를 넣어 뿌리거나 식용 기름으로 나무껍질을 닦았다.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말라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잡초들이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두면서 흙이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애썼다.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대자연의 생명력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9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가지가 휠 정도로 사과가 열리는 결실을 맺었다.

기무라씨의 ‘야생 사과’는 우선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고 한다. 생생한 풍미와 신선한 과즙이 살아있다는 게 먹어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게다가 냉장고에 넣지 않고 두 조각으로 가른 채 방치해도 몇 년이 지나도록 썩지도 않고 갈색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찾는 사람이 많아 온라인 판매 개시 3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날개돋힌 듯이 팔리고 있다. 그는 어떻게 농약도 안 쓰고 사과를 키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실은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라고 답한다.

이 성공담은 일본 NHK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됐다. 지난해 6월에는 책도 나와 일본 아마존 논픽션 부분 1위에 올랐다. 출간 1년이 지난 17일 현재에도 논픽션 부분 1위, 종합 9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김영사가 이 책을 번역해 ‘기적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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