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책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그러나 역설 속에 진실이 있는 법.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관심과 교육열에 있어 모자람보다는 너무 넘치는 게 탈인데도 ‘이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한 게 아닐까. 사랑과 물질을 훨씬 더 쏟아줘야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한다.
허나 저자인 이호분(사진)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원장은 충고한다. “부모들이여, 부모 자신의 욕심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강요하지 말고, 아이를 나로부터 분리시켜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자.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자녀를 사랑하지 마라!”
SBS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별의별 성격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 요령을 제시했던 이 원장은 숱한 임상 경험을 이번 저서에 풀어놨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워야할지 일일이 간섭하며 키워야할지, 원하는 걸 최대한 충족시켜줘야 할지 욕구를 제한시키며 훈육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적절한 원칙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원장은 부모, 특히 어머니들의 심리를 이렇게 진단한다. “대다수 엄마들은 ‘다 아이 잘 되라고 하는 거지요. 난 아이에게 바라는 거 없어요’라는 말로 자신의 보상심리를 감추거나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또,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진 안하요. 돈 들였으니 이왕이면 열심히 하라고만 해요’라며 의연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네가 이뤄 줘야 해. 내 모든 희망은 너야!’라는 주문이 깃들어져 아이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 원장은 우선 부모가 자신의 양육 유형을 파악해야 하다며 크게 권위주의형, 허용형, 방임형, 수용형으로 나눴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권위주의형과 허용형을 다시 보상심리형 무보, 과잉통제형 부모, 희생형 부모, 욕구충족형 부모, 서툰 사랑형 부모 다섯가지로 분류했다. 부모들은 각자 자신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이 원장이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원장은 특히 “부모간의 불화, 이혼, 상실, 물리적 환경의 변화 등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흔하면서도 강력한 원인은 바로 엄마의 우울증”이라며 엄마 우울증을 철저히 경계하기 위한 첫 번째 자세는 엄마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엄마 자신에게도 절실히 필요하지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저서의 핵심적인 부분은 제 3장 ‘아이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 기질’ 편이다. 수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우리 아이만 왜 이리 유별난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한다.
저자는 “불과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아이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백지’와 같은 상태로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의 양육은 절대적이며, 부모가 무엇을 심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이마다 제각각 독특한 ‘기질’이 있음이 밝혀졌으며, 기질이 자녀 양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기질은 아이들 각자의 활동성, 적응속도, 자극에 대한 반응도, 예민함 등의 타고난 특성을 말한다. 이런 기질이 부모의 양육 태도와 함께 아이의 품성을 결정하는 양대 요소라는 것이다. 엄마가 화를 내면 금세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아이도 있고,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엄마를 때리는 아이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가 종종 아이의 유별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그만두지 못해!”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큰 효과는 없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아이는 타고난 기질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니까.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조건 자신의 성향에 맞춰 바꾸려고 한다면 나아지기는커녕 아이는 더욱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결과적으로 부모 자식 간 관계는 악화될 뿐이다.
저자는 34가지 문항으로 된 ‘기질-성격 검사’ 표를 제시하면서 아이들 성향을 ‘고집이 센 아이’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 ‘적응이 느린 아이’ ‘예민한 아이’ ‘활동적이고 부산스러운 아이’ ‘겁이 많은 아이’ ‘꼼꼼하고 분석적인 아이’ 등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기질별 양육법, 또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다를 때 대처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녀 교육이 효과를 거두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일관성’을 꼽는다. 그는 “상황이나 때에 따라서 다른 양육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그때 변하는 야누스적인 부모를 지켜보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혼돈을 느낀다”고 충고한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대처한다’‘죄책감을 버린다’ ‘아이가 불필요한 것을 조를 때는 냉정히 외면한다’ 등의 지침을 갖고 있어야 한다.
화내거나 체벌하지 않고 아이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팁들도 눈길을 끈다. 잘못을 한 아이를 정해진 의자에 정해진 시간동안 앉아있도록 하는 ‘타임아웃제’, 옳은 행동과 그른 행동에 따라 보상을 주는 ‘점수제도’, 지각쟁이 아이를 위한 ‘시간개념 훈련법’ 등이 있다.
저자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한결같다. “부모들이여, 아이를 조금만 덜 사랑하자. 부모의 사랑으로 포장된 지나친 간섭은 아이를 좁은 시야를 가진 수동형 인간으로 만들 뿐이다. 엄마는 아이를 구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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