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3부(부장판사 이준호)는 19일 신생아와 부모가 함께 가정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경기도 구리시 D산부인과에 대해 원고 E씨 가족에게 위자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E씨는 지난해 7월 우연한 계기로 딸의 혈액형이 자신과 사망한 남편의 혈액형인 B형에게선 나올 수 없는 A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경로로 출생 과정을 추적하던 E씨는 결국 1992년 딸을 낳은 D산부인과에서 병원 관계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것을 알아냈다.
E씨는 소송을 통해 평온하던 가정에 평지풍파를 몰고 온 산부인과 측에 위자료를 청구하고, 잃어버린 친딸을 찾을 수 있도록 출산 당시 같은 병원에 있던 신생아들의 출생 기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16년 동안 서로 혈육으로 여기고 살아온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남의 딸’을 친딸로 여기고 키워온 E씨에게 3000만원, E씨를 친모로 여기고 살아온 ‘남의 딸’에게도 3000만원, E씨의 첫째 아이에게 1000만원이 위자료로 인정됐다.
하지만 분만기록을 공개하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E씨 등은 민사소송법 등 규정을 근거로 기록 공개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분만기록정보를 공개할 실체법적 의무가 없고,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분만기록의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타인의 의료기록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 규정과 혈육을 찾고 싶은 ‘인지상정’이 충돌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회의 법 감정과 엄정한 법 해석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경우”라며 “항소심 과정에서 원고와 법원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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