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북 순창북중학교 양병완(59) 교사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면 안숙선 명창의 소리 한가락이 흘러나온다.
양 교사는 과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지만, 제자들과 주민들에게 틈틈이 우리 가락을 전해주는 일에 더 신바람이 난다. 그는 계간 '문학21' 7월호에 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르는 창작 국악동요. 국악동요는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국악으로 배경음악을 만든 것이다.
어낭청 가래어∼어낭청 가래어∼섬진강 맑은 물 흘러∼다슬기는 춤을 추고∼송사리는 재주 부리네…"(어낭청 가래어)
이번에 뽑힌 작품은 이밖에도 '얼카뎅이' '섬진강' '또랑광대' '우리마을'까지 포함해 모두 5편이다.
그는 "국악동요는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쉽고 정겹다"며 "빠른 음악에 빠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교사는 고교 때 우리 가락에 흥미를 느껴 전인삼(현 전남대 국악과 교수) 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양순용(작고) 선생에게서 임실 필봉농악도 익혔다. 건국대 수의학과 졸업한뒤 가축병원을 운영하다 1980년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와 교단에 섰다. 수업시간 과학실험이 끝나면 특기적성 시간에 국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소리와 우리 악기를 가르치고 있다.
순창문화원에서 15년째 풍물도 지도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초등생 9명에게 판소리와 민요를 가르치고 있다. 95년 광복절에 학생들과 독일로 가서 국악공연을 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낮에는 광장에서 풍물을 울리고 밤에는 1000여명이 찾아온 체육관에서 국악공연을 했습니다.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과 함께 춤추고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지요."
그는 20일 저녁 순창체육관에서 열릴 한 행사의 식전 공연을 위해 2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꽹과리와 소리 등 우리 것이 좋아서 이것 저것 그냥 시늉만 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땀에 범벅이 된 그는 "나중에 개인 연구소를 열어 조상들의 흥겨운 멋을 나눠주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털어놓았다. 순창=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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