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영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김 여사는 22일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조희대)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시조카 호준씨가 대표로 있는 냉동창고회사 오로라씨에스가 노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재직 시절 조성한 12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건네 세운 회사라는 것. 법정에 들어선 김 여사는 처음엔 약간 긴장한 듯 깍지를 낀 채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증인 선서를 마치고 증인석에 앉은 김 여사는 시간이 갈수록 평온을 되찾으며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변호인의 질문에 대답했다.
김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집안과 재정관리를 도맡았다"며 1989년 회사 설립과정과 이후 경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20년이 지난 일이지만 김 여사는 두툼한 다이어리를 들춰가며 거래 내역과 의논 내용을 찾아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선고받은 추징금 2628억원 가운데 현재 289억원을 내지 못했고 추징금을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한 노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이 악화돼 김 여사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역대 영부인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 직전까지 갔지만 정치적 고려로 기소를 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