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돼도 같이 일 못해” … 쌍용차,대화도 진압도 어려운 세가지 이유

“타결돼도 같이 일 못해” … 쌍용차,대화도 진압도 어려운 세가지 이유

기사승인 2009-07-27 16:56:01
[쿠키 경제] 쌍용차 사측 직원 3000명이 경찰 진입에 맞춰 평택공장 출근을 시작한 지난 20일 아침. 공장 본관에서 직원 조회를 주재하던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제가 노조와 타협을 할까요?” 직원들은 일제히 “절대 안됩니다”라고 외쳤다. 이후 양측 대치는 8일째 계속되고 있다. 타결 기대를 갖게 했던 주말 대화는 무산됐고, 경찰도 강제해산은 주저한다. 점거 파업 67일이 지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벼랑 끝에 몰린 노·사

최대 걸림돌은 정리해고다. 사측 회생계획에 담긴 구조조정 규모는 2646명. 이 중 1670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나머지 976명이 지난달 8일 해고 통지를 받았다. 도장공장 점거자 600여명은 대부분 해고된 직원들이다. ‘파업 철회=실직’이란 상황에 몰려 있다.

사측도 ‘해고 철회=파산’의 벼랑 끝에 있다. 회생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구조조정을 성공시켜 법원과 채권단 동의를 얻어야 한다. 더욱이 9월15일인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은 계속 다가오고 있다.

양측이 내놓은 타협안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정리해고자에게 추가 희망퇴직(450명), 분사 및 영업직 전환(320명), 무급휴직(200명)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노조는 고용 보장이 전제된 무급 순환휴직은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정리해고 포기는 자폭행위”라고 말했다.

극심한 노·사 불신

사측 직원들은 “타결된다 해도 저 사람들(점거 농성자)과 어떻게 같이 일하겠냐”고 한다. 한 때 같은 노조원이던 생산직 직원 사이에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26, 27일 유혈충돌이었다. 평택공장 출근을 강행한 사측 직원들을 저지하며 노조 측은 지게차를 동원했다. 체어맨 생산라인 소속이던 이모(53)씨는 “노조 측 지게차가 관리직 대신 우리(생산직 직원들)를 향해 돌진해 오는 걸 보고 다들 마음이 돌아섰다”고 전했다.

사측은 점거 농성자 중에 외부세력이 50명 이상 포함돼 있다고 본다. 이들이 주도해 살상용 무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진지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 측은 경찰과 사측이 강제해산 방침을 정한 채 겉으로만 대화 시늉을 한다고 비난한다.

용산참사 악몽에 주저하는 정부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정부가 불법 점거 파업을 두 달 넘게 지켜보고 있다. 원칙에 어긋나는 이 상황은 용산참사의 악몽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기인한다. 인화물질 가득한 도장공장 강제진압은 용산참사의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서민층에 다가서려는 노력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가 비극적 결말로 끝날 경우 정권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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