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몸 조심해” 속타는 쌍용차 노조원 가족

“아빠, 몸 조심해” 속타는 쌍용차 노조원 가족

기사승인 2009-07-28 18:03:00

[쿠키 경제] 28일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도장공장 옥상을 바라보던 권지영(36·여)씨는 인터뷰 내내 ‘사고’ 대신 ‘실수’란 표현을 고집했다. 남편 이근주(37)씨가 있는 도장공장 진압 작전이 벌어질 경우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를 가리킨 말이다. ‘대형 사고’ ‘용산 참사’ 같은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내려앉는데 어떻게 입에 담겠냐고 했다.

권씨는 27일 밤 남편과 짤막한 통화를 했다. 일주일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 동안 연락은 경찰 헬기가 뜨면 권씨가 “괜찮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충돌이 잠잠해진 뒤 이씨로부터 “괜찮다”는 답문이 오는 식이었다.

이날 통화에서도 남편은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0일 단수 조치 이후 머리를 못감아 아예 삭발한 노조원이 많은데 자기는 안했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이씨는 딸 세민(10)이와 아들 서진(4)이 안부부터 물었다. TV 뉴스를 보고 가끔 “정리해고 박살내자” 구호를 따라 하는 서진이는 수화기에 대고 “아빠, 몸조심해”라고 소리쳤다.

권씨는 쌍용차 노조 가족대책위원들과 함께 매일 평택공장 정문 앞에 나와 상황을 지켜본다. 그는 기자에게 “제발 정부가 좀 나서게 해달라”며 울먹였다. “저 사람들(점거 노조원)은 돈을 더 달라는 것도, 근무 조건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자르지만 말아달라는 건데…. 공적자금이든, 산업은행 대출이든 정부가 해결할 몫이잖아요.”

이어 “우리 동네(평택시 세교동)는 아파트마다 조합원들이 사는데 노·노 갈등 때문에 이웃 관계가 다 무너졌다”고 했다. 아파트 마당에서 함께 삼겹살을 굽던 사측 직원 가족들과 이젠 인사도 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어느 사측 직원 부인은 점거 노조원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쩌자는 거냐”며 따지다 함께 목놓아 운 적도 있다. 권씨는 “경영 위기가 올 때마다 손쉽게 사람부터 자르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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