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름없는 민간외교사절단” 전북외국어자원봉사회

“우리는 이름없는 민간외교사절단” 전북외국어자원봉사회

기사승인 2009-07-28 18:07:01

[쿠키 사회] “우리는 국제 행사장의 감초들입니다. 곳곳이 잘 돌아가도록 혈액을 공급하는 일을 합니다.”

전라북도외국어자원봉사회는 이름없는 민간 외교사절들의 모임이다. 2000년 결성 이후 수많은 국제행사를 찾아다니며, 통역을 도맡아왔다.

현재 회원은 500여명. 최고령자인 전직 초등교장 정기환(83)옹을 비롯해 전·현직 교수 및 교사들, 직장인, 대학생 등 150여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집 온 스타로바 케티아나(28)씨 등 외국인도 20여명으로 모두 16개국어 통역이 가능하다.

이들은 늘 여러 언어가 난무하는 현장 속에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쇼트트랙 선수권대회, 전주-군산 국제마라톤대회 등이다. 이달 초 8일간 열린 제3회 전주-무주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서도 오교성(군장대 교수) 공동대표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미국에서 7년간 살다온 전문희(18·미 대학 입학 예정)양은 개막식 공동 사회를 보기도 했다.

영어 중국어 일어에 능통한 김혜곤(현대자동차 근무)씨는 행사 때마다 휴가까지 내고 통역뿐 아니라 주차요원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성파 회원이다. 배전모(호원대 교수) 회원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던 독일인 2명을 집으로 데려가 재워주기도 했다.

이들은 매년 각국 언어로 한국과 전북을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어 각국 대사관 등에 배포하고 있다. 2002년부터 4개 국어로 된 ‘반만년의 숨결’을 7권째 냈고, 8개 국어로 ‘국경을 허무는 사람들’을 3권째 출간했다.

2002년 ‘국경을…’ 창간호에서는 당시 19세였던 장평화군이 러시아어로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을 썼고, 미국인 영어교사 앰버히튼(33·여)씨는 2년째 배운 장구를 소재로 ‘필봉’이란 영시도 썼다. 올해 초 나온 3호에는 80여명의 회원의 수필과 함께 최치원, 견훤, 정여립, 전봉준 등 한국 위인 5명이 소개돼 있다.

회원들은 최근 20개국 인사말로 소책자를 만들어 NGO 행사장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모임은 또 통역 봉사 자원발굴을 위해 ‘6개국어 경시대회’를 7년째 주관해 오고 있다.

“통역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외국인들에게 관광안내를 해주고, 도시락 배달 같은 잔심부름까지 해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상임대표 유춘택(64·전 상산고 영어교사)씨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방객의 입과 귀가 돼 아름다운 전북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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