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노동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쌍용차 사측 직원도 ‘답답’

“순수한 노동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쌍용차 사측 직원도 ‘답답’

기사승인 2009-07-28 21:22:00


[쿠키 경제] 평택 시내에서 만나자던 김미숙(가명·39)씨는 약속시간 20분 전에 장소를 바꿨다. 비파업 근로자 아내로 언론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점거 노조원 가족들을 의식한 듯 '보는 눈'이 없는 집으로 오라고 했다.

사진 촬영도 거절해 옆모습만 희미하게 찍어야 했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봇물 터지듯 애타는 심정을 쏟아냈다. "왜 다들 쌍용차로 몰려와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순수한 노동자들이 이럴 리 없는데…. 전에는 옥쇄 파업을 해도 2주쯤 지나면 알아서 풀고 나왔어요. 지금 이용당하는 거예요."

김씨는 도장공장 점거를 외부세력이 주도한다고 믿고 있었다. 김씨 남편은 도장공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대더니 지금은 하루 두 갑씩 피운다. 지난달 유혈충돌 때는 손과 등에 새총을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채로 들어왔다. 김씨는 "며칠 전 술 취한 남편을 데리러 나갔더니 남편이 술집 건물 엘리베이터를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며 "우울증세를 보여 담배를 피우게 놔둔다"고 했다.

법정관리 이후 월 100만원가량 나오던 급여는 넉달 전부터 뚝 끊겼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한도액까지 받아 쓴 터라 최근 한 은행의 실직자 지원 대출제도에 문을 두드렸다. 7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두 달 정도밖에 버티기 어렵다.

김씨는 "먼저 공장부터 돌리고 나서 복직 투쟁을 하는 게 맞지, 976명 전부 고용을 보장하라고 하면 희망퇴직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요"라고 말했다. 노조의 공적자금 투입 주장에 대해서도 "먼저 점거를 풀고 공장을 돌려야 뭔가 해결책이 나올 텐데 이런 상태로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제 '옥쇄 파업' 대신 '불법 점거'란 용어를 써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때 이웃이던 노조원 가족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