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위기감’에 협상테이블 앉은 쌍용차 노사…존속가치가 핵심

‘공멸 위기감’에 협상테이블 앉은 쌍용차 노사…존속가치가 핵심

기사승인 2009-07-30 17:18:00

[쿠키 경제] 29일 오후 쌍용차 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에게 한상균 노조지부장의 전화가 걸려 왔다. 도장공장 옥상에서 확성기로 대화를 제의한 지 이틀만이다. 두 사람은 옥쇄 파업 70일간 양측의 유일한 의사 전달 채널이었다. 사측은 “한 지부장 말을 요약하면 ‘정리해고도 일부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박 관리인도 고용이 유지되는 무급휴직 인원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밤 9시 한 지부장은 도장2공장 뒤 승리광장에서 노조원들에게 대화 방침을 설명했다. 노조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 지부장 발언 내용 중 사측 전언과 다른 것은 “시간에 쫓긴 사측이 먼저 교섭을 요청했다. 비공개로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공개 교섭을 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누가 먼저 제안했냐는 대목에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지만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절박감이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벼랑끝에 몰려 있다. 시간도 없고, 물리적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사측은 9월15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려면 8월 생산 및 판매 실적을 내야 한다. 당장 공장을 가동해도 시일이 촉박하다. 파업 손실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협력업체 채권단은 31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판부에 청산을 공식 요청키로 했다.

파업 노조원들은 물과 가스 공급이 끊긴지 11일째다. 끼니는 아직 주먹밥으로 때우지만 용변과 씻는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심야에 빠져나가는 이탈자도 매일 한두명씩 나온다. 노조의 공적자금 투입 요구에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압박작전을 펴는 경찰은 코 앞인 조립공장과 차체공장까지 와 있다.

양측은 사태가 더 이상 장기화되면 공장이 정상화돼도 회생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5월 초 쌍용차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원 많다는 보고서를 냈다. 70일간 파업 손실액이 3000억원을 넘어선 터라 재평가할 경우 존속가치 우위를 장담키 어렵다.

또 파업이 종료돼도 생산라인의 핵심인 도장공장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1∼2주는 필요하고, 차를 만들어도 팔릴지 의문이다. 경쟁 업체들이 신차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전쟁터 같은 평택공장 상황을 지켜본 소비자가 쌍용차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쌍용차 재무기획본부 최상진 상무는 “이번 교섭에서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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