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박찬법 회장 취임…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금호아시아나 박찬법 회장 취임…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기사승인 2009-07-31 17:50:01

[쿠키 경제] ‘형제 경영’을 접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1일 박찬법 신임 그룹회장 취임식을 갖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박 회장은 취임식 뒤 기자회견에서 “오너 일가의 법적 분쟁이나 계열 분리 가능성은 제로”라고 못 박았다. 해임된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아직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

금호아시아나 호(號)의 새 선장이 된 박찬법 회장은 “현안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정상궤도에 올려 놓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형제간 갈등으로 빚어진 내우(內憂)를 다스리고, 대우건설 매각 등 산적한 외환(外患)을 넘어야 한다. 시장은 우려 섞인 눈으로 박 회장 체제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박 회장의 그간 경영능력을 볼 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첫 숙제는 구조조정을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이다.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금호아시아나는 지난달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고 추가 자금을 확보해 4조원대 풋백옵션(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주식을 금호가 되사주기로 한 계약)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는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 조기에 완벽히 마무리하고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사나 조직 개편도 11월 정기인사까지 미루기로 했다. 최대 걸림돌은 박 전 회장의 반발로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과 박 전 회장의 아들 박준경 부장이 있는 금호타이어 등 ‘박찬구 체제’였던 계열사를 장악하는 게 시급하다.

박 회장은 “구조조정 의사결정에 금호석유화학의 역할이 중요한데 의견을 달리하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박 전 회장이 유지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직도 순차적으로 적절한 절차와 형식을 거쳐 해결되리라 본다”며 ‘박찬구 흔적 지우기’에 나설 의지를 표명했다.

시장에선 조심스런 낙관론도 나온다. 항공업계선 아시아나항공 사장 출신인 박 전 회장을 “추진력이 워낙 강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구조조정 ‘속도전’에 적임자라는 뜻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대우건설 연내 매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형제 갈등 문제를 외견상 털어낸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우건설이 좋은 가격에 팔리긴 어렵지만 주식시장 등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이어서 과감히 인수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남는 것은 박 전 회장의 행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가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18.47%)을 감안하면 뭔가 움직임을 보일만 한데 너무 조용하다는 뜻이다. 모종의 반격을 준비 중이라는 둥, 충격에 빠져 있다는 둥 추측만 난무한다. 박 회장은 기자회견 중 여러 차례 “(박 전 회장을 해임한) 이사회 절차와 해임 사유에 전혀 흠결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사진=김민회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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