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상 시작부터 결렬까지…소득도 없고 진전도 없었던 67시간

쌍용차 협상 시작부터 결렬까지…소득도 없고 진전도 없었던 67시간

기사승인 2009-08-02 17:10:00

[쿠키 경제] 쌍용차 노사의 컨테이너 마라톤 협상은 끝났다. 67시간 20분간, 7차례 협상이 이어졌지만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지난 달 30일 평택공장 사측 영역인 본관과 노조가 점거한 도장공장 사이 이른바 ‘평화지역’에 컨테이너 2개를 설치하면서 협상은 시작됐다. 지난 6월19일 이후 42일만이었다.

오전 9시10분 한 컨테이너에는 박영태 법정관리인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다른 컨테이너엔 양측 실무진 5명이 들어가 본협상과 실무협상을 ‘투트랙’으로 진행했다. 불볕 더위로 컨테이너에 에어컨도 설치됐다. 이튿날 오전 6시55분 4차 협상이 끝날 때까지 대략 ‘3시간 협상, 3시간 정회’의 룰이 적용됐다.

노사 모두 타결을 못 이루면 공멸이라는 인식으로 협상에 임한다고 밝혔다. 한때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듯했고, 도장공장 농성자들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 때까지는 조심스런 평화가 이뤄졌다. 새총도 없었고, 쇠파이프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5차 협상 이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협상 전반부엔 다소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힘들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측은 “정리해고에 대한 이견이 크다”고 했고, 노조는 “사측이 노조 무력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측은 ‘농성자 전원 보호’ 원칙을 고수했고, 사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협상과 정회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12시간35분만에 열린 5차 협상은 11시간 가까이 계속됐고, 8시간35분간 중단된 뒤 6차 협상이 9시간25분간 이어졌다. 그러나 마지막 7차 협상은 짧았다. 실무진의 장시간 난상토론에 이어 2일 오전 4시30분 컨테이너에 들어선 박 관리인은 한 지부장에게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오전 10시 결렬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며 “그마저도 안되면 직원들이 도장공장을 되찾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후 12시50분 보도자료를 내고 “6월8일 해고안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을 얻으려 70일 넘게 투쟁한 게 아니다”라며 “살인진압 의도를 포기하라”고 했다. 결국 쌍용차 노사 관계는 지난 달 30일 이전 상태로 원위치 됐다. 남은 것은 ‘불신’ 뿐이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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