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긴장과 절망 뒤섞인 ‘폭풍전야’

쌍용차 평택공장,긴장과 절망 뒤섞인 ‘폭풍전야’

기사승인 2009-08-02 22:09:00


[쿠키 경제]
'무박 4일' 컨테이너 협상이 결렬된 2일. 쌍용차 평택공장엔 새총도, 최루액도 없었다. 그러나 공장을 휘감은 긴장은 극에 달했다.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협상 이전은 차라리 평화로웠다.

어둠이 깔리자 도장공장 주변은 암흑으로 변했다. 오후 12시10분 단전 조치로 에어컨이 멈추자 농성자 상당수가 옥상에 올라가 있지만 모습은 식별할 수 없었다. 사측 영역인 본관 불빛에 어슴프레 공장 윤곽이 보일 뿐이다.

정문 앞 노동단체 집회에선 "3일 새벽 5시 경찰이 도장공장을 친다"는 얘기가 오갔다. 도장공장은 전기가 끊기면 대형 탱크에 든 페인트 수만ℓ가 굳기 시작한다. 24시간이 지나 완전히 굳으면 복구에 6개월 이상 걸린다. 노동단체 회원들은 '단전 조치=24시간 이내 경찰 투입'으로 받아들이며 "용산 참사 때처럼 동틀녘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평택공장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경찰 진압 작전이 담긴 메모를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메모에는 '사측에 우리 직원 동행-무전기 휴대' '사전조치, D-1부터 야간 FTX(야외기동훈련)' '야간 비행 FTX' '헬기 별도 지원'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홍 의원은 "사측 직원과 경찰이 헬기 지원 아래 함께 진입하고 이를 위해 진입 전날 야간 훈련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사측 기자회견이 끝나자 '정상조업' 완장을 찬 한 직원은 "경찰이 진입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자"고 외쳤다. 사측은 당초 3일 법원에 조기 파산을 신청하려던 쌍용차협동회에 이틀만 미뤄달라고 했다. 그 이틀 동안 직원들이 도장공장을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협상이 결렬 쪽으로 돌아서자 공장 진입 자원자를 파악하며 서명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공장은 회사 측의 설득 방송과 "살인 진압 중단하라"는 노동단체의 구호가 하루종일 뒤섞였다. 사측은 대형 스피커를 도장공장 가까이 옮겨 "자신만 생각하지 말라. 쌍용차 전직원의 열정을 꺾지 말라"며 압박했다. 도장공장 옥상에선 "조용히 하라"는 농성자들의 고함이 수차례 들려 왔다.

경찰 헬기는 수차례 선회 비행을 하며 노조 측 움직임을 살폈다. 옥상 스피커에서 들려오던 '맞불 방송'은 단전 이후 사라졌다. 노조 측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공장 내부는 암흑 상태다. 물, 음식, 의료진 차단보다 더 심각하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지면 가족과 통화할 길도 없다. 살인 진압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노동계의 쌍용차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단전은 노조원들의 극단적 선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성자 가족들은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남편이 도장공장에 있다는 박모(35·여)씨는 "남편 보고 죽으라는 거냐"며 "전기 끊지 말라"고 울부짖었다. 한 농성자 부인은 정문 앞 도로에 서서 남편에게 얼굴을 보여주려는 듯 "여보, 몸 건강하세요"를 거듭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평택공장 4개 출입문과 담장에는 이탈 노조원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름 밝히길 거부한 이탈자는 "협상 결렬에 실망이 크고 우울증세를 보이는 아내 생각에 어렵게 출구를 찾아 빠져나왔다"며 "노조원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조국현 김도영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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