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어디로?…사측 ‘청산’ 가능성 언급

쌍용차 어디로?…사측 ‘청산’ 가능성 언급

기사승인 2009-08-03 00:27:00
"
[쿠키 경제]
쌍용차 사측이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청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2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고려한 적 없는 청산을 전제로 회생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극적 타결이란 실낱 희망이 사라지면 쌍용차 파산은 기정사실이 된다. 대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살아나기엔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협력업체 채권단은 청산 후 GM식 '굿쌍용' 설립을 주장하나 이 또한 쉽지 않다. GM과 달리 단일 브랜드인 쌍용차는 떼어낼 자회사나 공장이 없다.

◇결국 청산절차 밟나=쌍용차는 그동안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실사 결과에 따라 회생절차를 추진해 왔다. 두 법정관리인이 다음달 15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채권단이 이를 수용해 재판부가 승인하면 회생을 위한 작업이 본격 진행된다. 회생계획안 승인의 전제 조건인 '만족할 만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법원은 곧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쌍용차는 노조와의 대치로 구조조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 관리인이 언급한 '청산형 회생계획'은 이름만 '회생계획'일뿐 사실상 청산절차다. 청산절차 주도권을 법원이 아닌 기업이 갖는다는 점만 다르다. 매각한 자산으로 빚을 갚고 나면 회사는 사라진다. 그동안 쌍용차가 준비해 온 것은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뒤 투자를 유치하거나 인수자를 물색해 계속 공장을 돌리는 '갱생형 회생계획'이었다.

전문가들은 갱생형 회생계획안을 만들기 위한 물리적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고 지적한다. 사측은 8월에 차량 5500대를 생산해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지만 당장 파업이 끝나도 차를 만들려면 최소 2주일 이상 걸린다. 공장이 정상화돼도 협력업체들이 상당수 문을 닫아 부품 공급이 어렵고, 차를 만든다 해도 판매망이 와해됐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마음이 떠났다. 600여개 협력업체 모임인 쌍용차협동회 채권단은 5일 법원에 조기 파산을 신청할 예정이다.

◇'굿쌍용' 또는 제3자 인수 가능할까=사측이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해도 최종 결정은 법원의 몫이다. '완전 청산'으로 쌍용차를 없앨 수도 있고, 다른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

채권자 중 하나인 산업은행은 이미 빌려준 돈 만큼 담보를 잡고 있어 완전 청산을 해도 큰 손해가 없다. 그러나 최대 채권자인 협력업체들은 납품원이 사라지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굿쌍용 설립이란 아이디어를 낸 이유다. 최병훈 쌍용차협동회 사무총장은 "청산을 통해 불량 자산과 강성 노조를 정리하고 우량 자산만 모아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M은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인 법인을 만들어 GM의 우량 자산을 인수했다. 미국 경제에 GM이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쌍용차는 다르다. 브랜드 하나에 주력 공장이 하나인 상황이어서 분리할 자산이 별로 없다. 내수시장 점유율도 2∼3%에 불과해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공적자금 투입에 부정적이었다.

파산 후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사측은 미국과 유럽 기업 2∼3곳이 관심을 보인다고 했지만 점거 파업 전의 얘기다. 구매력을 가진 곳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지만 이미 상하이차의 '배신' 논란이 불거져 있어 쉽지 않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