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화염병과 최루액…쌍용차 ‘폭풍전야’

다시 등장한 화염병과 최루액…쌍용차 ‘폭풍전야’

기사승인 2009-08-03 21:02:01


[쿠키 경제]
화염병과 최루액이 다시 쌍용차 평택공장에 등장했다. 협상 결렬을 확인이라도 하듯 노조와 경찰의 충돌이 재개됐다. 경찰은 병력을 늘렸지만 여전히 신중하고, 마음이 급한 사측도 행동에 나서진 못했다. 사측 직원들과 노동단체 회원들의 난투극도 벌어졌다. 쌍용차는 3일 여전히 폭풍전야였다.

사측 직원들은 오전 11시40분부터 지게차 10여대를 동원해 '노조 영역'인 차체공장과 도장공장 앞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섰다. 옥상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수시로 최루액을 살포했다. 도장공장 정찰과 농성자 채증 작업도 병행했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긴급속보-경찰·구사대, 공장침탈'이란 글이 떴다. 노조 측은 "한 조합원이 최루액 봉지를 피하다 넘어져 머리가 7㎝ 찢어졌다"고 했다.

오전 10시10분. 평택공장 정문 옆 담장에선 노란색 블라우스 차림의 노조원 부인 김모(46)씨가 휴대전화를 들고 작은 사다리에 올라섰다. 김씨는 수화기에 대고 "여보, 나 보여? 노랑옷!"이라며 도장공장 옥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렴풋이 손 흔드는 남자 모습이 보이자 김씨는 "자기 왜 거기 있어? 조심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나를) 잘 볼 수 있게 노랑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 다른 농성자 부인은 "노조원들이 단수 이후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먹었다는데 이젠 전기가 끊겨 그마저도 없겠다"고 했다. 노조 가족대책위는 2일 밤 무선조종 모형헬기에 약품을 매달아 도장공장으로 날려보내기도 했다.

오후 5시20분. 점거 파업 74일간 쌓여 온 갈등이 끝내 폭발했다. 정문 앞에서 사측 직원들과 노동단체원들이 도장공장 식수 반입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은 돌을 집어 던지는 투석전으로, 다시 주먹질로 이어졌다. 사측 직원 2명이 부상해 구급차에 실리자 공장에 있던 직원 100여명이 몰려나와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연행하자 같은 당 이정희, 곽정숙 의원이 석방을 요구하며 항의하다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3000명(30개 중대) 선으로 유지하던 병력을 이날 4000명으로 확대했다. 소방차는 38대에서 47대로, 소방관은 98명에서 129명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미로 같은 도장공장 내부로는 사측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진입하고, 밖에선 헬기 사다리차 중장비를 동원해 입체 작전을 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작전 시점은 새벽일 수도, 낮일 수도 있다. 밤도 불가능하진 않다"고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해산을 해도 사측이 주도하는 건 맞지 않다. 경찰이 해야 한다. 하지만 이탈자가 좀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탈자 규모도 보고, 협상 여지도 본 뒤 (시점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오전 8시 사측 임원회의에서는 '공장 탈환' 문제가 논의됐다. 직원 모임인 직장협의체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직원 의견을 취합했는데 70% 이상 찬성해 보호장구 등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4일부터 4500명 전원이 평택공장으로 출근해 대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김도영 기자, 사진= 구성찬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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