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극적 타협해도 문제…쌍용차 어디로 가나

노사 극적 타협해도 문제…쌍용차 어디로 가나

기사승인 2009-08-04 18:30:02

[쿠키 경제] 쌍용차협동회(600여개 협력업체 채권단)의 조기 파산 요청을 하루 앞두고 ‘옥쇄 파업’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협동회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진압에 성공하거나 노사가 극적으로 타협하면 파산 요청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쌍용차 공장이 돌아가야 3000억원대 채권을 회수하고 납품도 할 수 있는 협동회와 달리 은행권 채권자들은 느긋하다. 산업은행은 2500억원대 채권의 담보를 충분히 설정해 놨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쌍용차 부실 채권을 대부분 정리해 쌍용차란 이름이 장부에 남아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정부는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인수자 후보군인 자동차 업계 시선도 싸늘하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법원도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직 쌍용차 회사 측과 협력업체만 평택공장에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회생을 위한 물리적 데드라인을 이미 넘어섰는 데도 사측이 실낱 같은 희망을 거두지 않는 것은 파업 진압에 성공하면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택공장 점거 파업이 진압을 통해 해소되면 회사는 당초 계획한 2646명 구조조정안을 마무리하게 된다. 노조의 기반도 붕괴돼 사측 입장을 지지해온 직원들과 함께 ‘무노조 기업’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강경하기로 손꼽히는 자동차 노조를 꺾은 곳은 거의 없다.

법정관리인이 다음달 15일 법원에 제출하는 회생계획안도 ‘청산형’이 아닌 ‘갱생형’으로 작성할 수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 성과, 자금조달 방안 등과 함께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채권단과 재판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에도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서울지법 파산4부 관계자는 영업망, 소비자 신뢰도, 생산 능력을 쌍용차 회생의 관건으로 꼽았다. 영업망은 와해됐다. 대리점마다 개점휴업 상태를 겪은지 70일이 넘었다. 지난달 판매 실적은 영업소 전시차량 71대가 팔린 게 전부다. 영업 사원들은 회사를 떠나거나 옮겼고, 기존 고객 네트워크도 되살리자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소비자들은 전쟁터로 변한 평택공장을 매일 TV 뉴스로 지켜봤다. 쌍용차 중고 가격은 폭락한지 오래다. 이미 쌍용차를 갖고 있는 사람도 앞으로 제대로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마당에 새로운 구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동차의 경쟁력은 신차 개발로 유지된다. 대주주이던 상하이차는 그동안 신차 개발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쌍용차가 개발 중인 신차는 ‘C200’ 하나 뿐이었으나 그마저도 파업 사태로 중단됐다. 사측은 파업이 종료되면 월 5500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과 재판부가 만족할만한 생산 실적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사진=이동희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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