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일만에 나온 체어맨 W에 키스를…쌍용차 생산 재개 르포

83일만에 나온 체어맨 W에 키스를…쌍용차 생산 재개 르포

기사승인 2009-08-13 17:50:01

[쿠키 경제] 13일 오전 10시25분 검은색 ‘체어맨 W’가 조립공장 파이널 2라인을 미끄러지듯 빠져 나왔다. 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은 차 보닛에 입을 맞췄다. 83일만에 첫 차를 뽑아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77일 점거 파업의 상처를 대부분 씻어낸 모습이었다.

이날 체어맨 28대와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6대가 조립라인을 통과했다. 파업으로 조립이 중단돼 라인에 발이 묶였던 차들이다. 통상 기계 테스트만 거치면 출고되지만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당분간 전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다음 주 고객에게 인도될 생산재개 1호차 체어맨 W는 배기량 5000cc의 8000만원대 프리미엄 세단으로 쌍용차 대표 차종이다.

직원 3500여명은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20분부터 출근해 작업을 시작했다. 프레스라인→차체라인→도장라인→조립라인으로 이어지는 공정마다 지난 1주일간 계속된 청소와 정비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새총에 깨진 유리창과 불에 그을린 흔적 정도만 치열했던 대치 상황을 짐작케 할 뿐이다.

차량 각 부분 철제 판넬을 제작하는 프레스라인에선 철판의 녹을 닦아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프레스생산기술팀 최우식(42)씨는 사포질을 멈추지 않은 채 “솔직히 그동안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과 노조가 치열하게 대치했던 차체공장은 가장 상처가 심했지만 시험가동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체어맨 H 라인의 경우 하루 70대 생산 능력이 100% 복구됐다고 한다.

파업 잔해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은 도장2공장 옆 복지동 3층 노조 사무실이었다. ‘노동조합사무실’ 현판부터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철제 출입문에는 파업 종료 뒤 누군가 적은 듯 노조 간부 이름과 함께 ‘살인마’란 글자가 선명했다. 손잡이가 부서진 문을 열고 불 꺼진 사무실에 들어서자 각종 집기와 서류 뭉치가 바닥에 널려 있다. 한상균 지부장 방에는 전원을 채 끄지 않은 컴퓨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 지부장 임기는 다음달이면 종료된다. 예년 같으면 후임자 선거가 한창일 때지만 집행부 대부분이 구속돼 아무 움직임도 없다고 한다.

오전 8시40분 전 직원이 참석한 조회에선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임’ 이순열 대표가 파업 기간 회사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눈물이 난다. 이제 아내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국을 다니며 쌍용차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유일 공동 법정관리인은 “볼트 새총이 머리를 겨누는 상황에서 여러분의 용기가 없었다면 이 순간은 오지 않았다”며 “이제 갈등의 골을 화해와 협력으로 풀어가자”고 강조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사진=서영희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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