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합의 항목 중 ‘기업인 현정은’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금강산·개성·백두산 관광 뿐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경협 사안이지만 현대아산이 대표성을 가질 수 없고, 이산가족 상봉은 온전히 정부 몫이다. 관광 사업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걸려 있어 정치적 사안이 된지 오래다. 현 회장은 또 기자회견 중 북한이 억류 중인 연안호 선원 문제를 언급하며 “잘 될 거라 봅니다”라고 했다.
당면 과제였던 현대아산 직원 석방 문제를 넘어 남북 당국간 협의가 필수적인 관광사업과 경협은 물론, 통일부 업무인 이산가족과 연안호 문제까지 두루 협의한 것이다.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던 정부가 합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선 점도 ‘현정은 특사설’을 뒷받침한다. 천 대변인은 “조속히 남북 당국간 협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현 회장이 남북 협력사업을 오래 해 제반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과 정부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 현 회장은 ‘김정일의 특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5개 합의 내용을 모두 수용하자면 정부는 대북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5개 항목은 분리 대응이 어려운 ‘패키지 합의안’이다.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도 담겨 정부로선 받아들이기도, 물리치기도 어렵다. 정부가 사전에 몰랐다면 북한이 현 회장을 통해 남한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압박카드를 던진 상황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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