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명에게 일일이 편지…외국인 CEO의 ‘감성’경영에 직원들 ‘감동’

370명에게 일일이 편지…외국인 CEO의 ‘감성’경영에 직원들 ‘감동’

기사승인 2009-08-25 17:30:02

[쿠키 경제] 한국닛산 마케팅팀 배유민(26)씨는 지난달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한국닛산 미국인 사장 그레고리 필립스(54·사진). ‘안녕하세요, 그렉 필립스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뜻밖에 한글로 적혀 있었다. 초등생 글씨처럼 삐뚤삐뚤하지만 읽기 쉽도록 꾹꾹 눌러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인피니티 브랜드 출범 4주년을 맞아 임직원과 관계사·대리점 직원 등 370여명에게 직접 써 보낸 것이다.

필립스 사장은 편지에 “가장 빛나는 당신은 언제의 당신입니까… 지난 4년간 인피니티란 이름을 1만명 고객의 가슴에 심었습니다… 감히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당신이 가장 아름답다고”라고 적었다. 인피니티의 새로운 광고 콘셉트는 ‘가장 빛나는 지금’이다. 서툰 한글로 쓴 편지에는 이 콘셉트가 메시지로 담겨 있었다. 배씨는 “한국어 학원을 다녔단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한글 편지를 받기는 처음이라 무척 놀랐고 인간적인 면을 느꼈다”고 말했다.

필립스 사장은 197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며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 1997년 미국에서 대령으로 예편한 뒤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어 대우 혼다 닛산의 북미 영업을 잇따라 맡았다. 2006년 그가 사장으로 부임한 뒤 한국닛산 사무실에는 ‘안되면 되게 하라’는 한글 슬로건이 액자에 담겨 걸렸다. 필립스 사장은 “편지는 먼저 영문으로 쓰고 아내와 함께 적절한 한글 단어를 골라 작성했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정(情)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GM대우 커뮤니케이션 담당 제이 쿠니(44) 부사장도 지난주부터 블로거로 변신, ‘감성 경영’에 뛰어들었다. 기업 블로그 ‘GM대우 토크(blog.gmdaewoo.co.kr)’에 ‘제이 쿠니의 서울 이야기’를 연재한다. ‘GM대우 내 삶으로 들어오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신차 발표회 하루 전’ ‘그리말디 사장과의 피자 파티’ 등 1주일만에 글 5건을 올렸다. 쿠니 부사장이 영어로 집필하면 영어에 능통한 국문과 출신 직원이 한글로 옮긴다.

쿠니 부사장은 블로그에 올린 첫 글에서 네티즌들을 향해 “여러분은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으로 여러분께 한 걸음 다가가고자 합니다.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 하더군요”라고 했다.

한국 생활 19개월째인 그는 회식 메뉴로 주저 없이 삼겹살을 택하고, 노래방에서 최신 가요를 부른다. GM대우 발령 이후 한국에 관한 책만 10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그는 “IT 강국인 한국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다가 블로그를 택했다”며 “외국인으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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