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갑산공원묘원에서 최씨 유골함을 훔친 혐의로 박모(41·싱크대 설비업)씨를 25일 오후 11시10분쯤 대구시 상인동 자택에서 검거했다. 박씨는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최씨 납골묘를 사전답사한 뒤 4일 오후 9시55분에서 10시58분 사이에 망치로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훔친 혐의다.
경찰은 박씨가 최씨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을 깨뜨려 야산에 묻은 뒤 싱크대 제작용 목재로 만든 유골함에 넣어 방안에 보관해오던 최씨 유골을 찾아 가족들에게 되돌려줬다. 경찰은 또 범행에 사용한 망치와 함께 CCTV에 공개된 군복계열의 바지와 조끼 등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박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작년 11월 신이 내렸다. 꿈에 최진실이 나타나 흙으로 된 묘로 이장해 달라고 했다” “전생에 부부였고 다음 생에도 부부여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집 이웃들은 박씨가 수년 전부터 신기에 들려 집안에 법당을 차려놓고 24시간 향불을 피웠다고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정신치료 경력은 없지만 필요할 경우 정신감정을 의뢰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수절도 및 사체 등의 영득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씨는 아내(40)와 10살, 7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으며 최씨와 개인적 원한 관계가 없고 열혈 팬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에 포착됨 범인의 모습을 두 차례 언론에 공개한 뒤 ‘막대기를 휘두르는 행위와 걷는 자세가 박씨와 비슷하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대를 대구로 급파,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분석을 통해 박씨가 범행을 전후해 연고가 없는 양평에서 8차례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범행에 이용한 박씨 소유의 포터트럭이 범행 후인 5일 새벽 양평군 반월면 봉상경찰검문소를 지나고 홍천을 통과하는 CCTV 화면도 확보했다. 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양평에서 홍천∼속초∼울진을 경유해 대구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경찰로부터 유골을 돌려받은 최씨의 어머니는 “유골을 다시 찾게 돼 다행이다. 죽어서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양평=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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