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모비스 지주회사 체제 시동

현대차그룹 모비스 지주회사 체제 시동

기사승인 2009-09-01 17:59:01

[쿠키 경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두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제철의 현대자동차 지분 5.84%를 현대모비스가 인수하며 지배구조 개선의 첫 삽을 떴다. 이제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3%를 해소하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순환출자 고리의 큰 그림은 정리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 현대모비스 지주 체제로 가나=41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기아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차’의 두 갈래 순환출자 고리로 이뤄져 있었다. 지주회사 후보로 거론돼 온 것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였다.

기아차는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분 확보가 쉽다. 그러나 그룹은 현대제철의 현대차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몰아줘 사실상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택했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차는 강성 노조의 반발 우려가 있는데다 안정적 지주회사가 되기엔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은 20.78%로 늘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최소 보유 기준(20%)을 넘긴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이훈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는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현금 창출 능력을 갖고 있어 지주회사에 필수적인 재무적 안정성 확보가 용이하다”고 했다. 현대제철이 포함된 순환출자 고리는 끊었지만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되려면 나머지 고리의 핵심인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현대제철 글로비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기아차는 손자회사로 현대차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본격적인 지주회사 전환은 정몽구 회장 부자의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개인 지분은 7%가 채 안된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대주주인 기아차 지분 1.96%만 갖고 있다. 두 사람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안정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토대를 구축하고 주요 계열사를 현대모비스의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이란 보고서를 통해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차 현대제철 글로비스 주식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경영권이 확보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물 출자를 통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하면 두 사람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27%로 늘어나고,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영업회사로 분할할 경우엔 지주회사 지분율이 49%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정 부회장이 31.88%, 정 회장이 24.36%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비스가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인수, 두 사람이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거나 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용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투명성 제고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그러나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이나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 모두 쉽게 정리될 성질이 아니어서 결국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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