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 해 동안 발생하는 각종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2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 관련 범죄 한 건이 일어날 때마다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4990만원,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한 건에 들어가는 비용도 44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최근 서울대 조흥식 교수팀에 의뢰해 작성한 '범죄의 사회적 비용 추정 연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07년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196만5977건(법무연수원 범죄백서 기준)의 사회적 총 비용은 23조1000여억원이었다.
연구팀은 사회적 비용을 보안·방범, 보험 등 예방 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실제 범죄로 발생한 재산 및 신체·정신적 피해 액수, 사법기관 및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대응비용 등 3단계로 구분했다.
23조1000여억원 중 예방비용은 7조5680여억원, 실제 범죄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7조200여억원, 대응비용은 8조6060여억원으로 조사됐다. 피해 금액 중 범죄로 피해자가 빼앗긴 재산 가치는 3조7000억원, 신체·정신적 피해비용은 3조3000억원이었다.
범죄 한 건당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세부 항목별로 보면 강력 및 교통 범죄는 각각 4410만원, 지적재산권 및 컴퓨터 범죄는 3720만원으로 조사됐다. 범죄 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가 입는 신체·정신적 피해비용은 243만원, 재산 피해액은 273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절도 사건 한 건을 예방하는 데 드는 비용은 581만원, 소요되는 경찰 예산은 358만원, 교정시설 비용은 2633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범죄가 발생해도 피해자와 가족에게 지원되는 비용은 건당 4900원, 의료비용은 27원에 불과했다.
범죄의 사회적 비용은 각급 해당 기관 및 관련 업체의 데이터베이스와 예산,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다만 피해자가 입은 신체·정신적 피해비용 등은 국내에 정립된 기준이 없어 영국 교통부의 산출 방식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적용했다. 연구팀은 또 사람들이 범죄 피해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회피행동과 공포심에 따른 손실비용,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입는 정신·경제적 비용, 가해자의 경제적 고통은 객관적으로 입증이 어려워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각 단계별로 자원이 적절하게 할당되는지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고, 특히 대응보다 예방 단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재범률을 낮추는 것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출소자에 대한 긴급구호 성격의 복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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