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 끝난지 한 달…회사 살리겠다는 의지로 똘똘

쌍용차 파업 끝난지 한 달…회사 살리겠다는 의지로 똘똘

기사승인 2009-09-03 17:36:03

[쿠키 경제] 3일 오전 11시30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3라인.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액티언의 프레임(차체 골격)이 조립3팀 송윤종(39)씨 앞에 잠시 멈추는 시간은 1분을 넘지 않았다. 익숙한 손길로 구동장치를 부착하는 송씨에겐 길이 10㎝, 최대 지름 2㎝의 볼트가 한움큼 들려 있다. 점거 파업 77일간 새총 공격에 사용됐던 ‘무기’가 원래 용도인 차량 조립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송씨는 “파업 때는 이 놈(볼트)들이 무서웠는데 이제 다시 친해졌다”고 했다.

6일이면 파업 종료 한달이 된다. 많은 것이 변했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직원들의 의지도 확고하고, 공장도 활기차다. 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은 이날 오전 사무실 재배치가 마무리된 평택공장 20개 건물을 구석구석 둘러보다 기자에게 “2800명이 근무하는 공장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죠?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파업 사태 전에는 라인 조장의 잔소리에도 느슨하기만 하던 작업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금과 노조 문제가 남아 있어 ‘생존’을 장담할 순 없다.

지난해 하반기 5000명이 월 3800대 가량 생산하던 평택공장은 지난달 13일 조업 재개 이후 보름 만에 2800명이 2012대를 만들었다. 평균 70%를 밑돌던 공장 가동률은 현재 100%에 육박한다. 이달 생산 목표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5500대(내수 2400대, 수출 3100대).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보다 1000대나 많게 잡고 있었다.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박 관리인은 “우리 점심시간과 출근시간을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오늘 내가 7시10분에 출근했는데 정문에 벌써 출근하는 직원들이 길게 줄 서 있더군요. 공식 출근 시간은 8시30분입니다”라고 했다.

낮 12시25분. 점심시간 5분 전 차체라인은 여전히 분주했다. 과거엔 이미 작업 라인을 ‘치고 올라간’ 직원들이 모여 앉아 쉬고 있을 시간이다. ‘치고 올라가기’란 라인을 거슬러 가며 서둘러 작업해 점심시간 30분 전 일을 끝내던 관행이다. 품질 결함이 우려되는 행동을 회사는 그동안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라인마다 노조 대의원이 있어 생산라인은 사실상 노조 통제 아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체라인 직원들은 12시30분 벨이 울리자 5분쯤 뒷정리를 한 뒤 식당으로 향했다.

공장 곳곳에는 8일 노조 총회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총회는 근속 12년차 일반 조합원인 도장2팀 조운상(37)씨가 주도하고 전체 조합원 2900여명(창원공장 포함) 중 1958명이 서명해 소집됐다. 안건은 두 가지.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와 집행부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투표가 진행된다. 조씨는 인터뷰를 사양하며 동료 직원을 통해 “모두가 살려면 상급단체와 결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섰다.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다시 일반 조합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어용노조’를 만들려는 술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속된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파업에 참가했던 박금석 조합원을 지부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금속노조와 박 대행은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총회 소집은 정부와 사측의 정치공작이며 절차상 문제가 많아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탈퇴안은 8일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3분의 2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달 말로 예정된 집행부 선출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아닌 ‘쌍용차 노조위원장’ 선거로 바뀌어 금속노조와 공식 단절한다. 이럴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 첫 사례이며, 금속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GM대우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관리인은 자금 조달 계획을 설명하며 “(정부와 채권은행이) 아직 우리를 못 믿는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쌍용차는 당초 기업가치 실사 때 100억원대로 평가됐던 부평공장 부지를 최근 280억원에 팔았다. 노른자위로 불리는 포승공단 부지 매각도 포스코와 협상 중이다. 유휴자산을 속속 처분하고 있지만 신차 C200 개발비를 충당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쌍용차는 오는 15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생과 사의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박 관리인은 요즘 “직원들이 저렇게 일하는 회사를 못 살리면 경영진이라 불릴 가치도 없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이유일 공동 법정관리인도 최근 현대차 전직 임원 모임에서 “이제 현대차가 생산성에선 쌍용차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태원준, 박유리 기자
wjtae@kmib.co.kr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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