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강원지역 양봉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토종벌들이 이유 없이 죽거나 사라지면서 벌통이 텅텅 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평창군 방림면에서 60통의 토종벌을 기르는 함영수씨는 “7월에 벌이 무더기로 죽어 빈 벌통이 됐다”며 “20여년간 토종벌을 사육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이유조차 모른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양봉농가들은 지난 5월쯤 일벌들이 죽은 애벌레들을 벌통 밖으로 물어나르는가 싶더니, 벌통을 버린 채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군 농업기술센터는 관내 400여 양봉농가 중 30∼40%가 피해를 봤으며 토종벌 집단폐사가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세균검사와 기생충, 농약 등의 항목에서 전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농촌진흥청도 시료를 채취해 조사중이지만 바이러스나 면역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30여년간 토종꿀을 키워온 배명득(68·춘천시 사북면 신포리)씨는 “집단폐사의 원인이 기후변화 등에 따른 여왕벌의 이상 때문”이라며 “여왕벌이 사라지거나, 여왕벌이 수펄이 되는 무정란만 많이 낳아 쓸모없는 수펄만 유난히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응급조치로 꿀이나 양봉에서 채취한 프로폴리스를 물에 희석해 먹이는 등 면역을 높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창=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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