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를 넘긴 박지성, 샴페인은 아직 이르다

생존 위기를 넘긴 박지성, 샴페인은 아직 이르다

기사승인 2009-09-14 17:57:03

[쿠키 스포츠]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던 ‘생존 논란’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박지성의 계약 기간을 3년 더 연장키로 한 것이다.

이로써 박지성은 2005년 7월 입단했던 맨유에서 일곱 시즌(8년)이나 잔류하는 ‘장수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박지성의 연봉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종전 280만 파운드(약 56억원)보다 30%가량 상승한 360만 파운드(약 73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지성의 매니지먼트사인 JS리미티드 관계자는 14일 “아직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미 구단과 협상을 끝낸 상황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지성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무수하게 제기됐던 비관적 전망들도 이렇게 방점을 찍었다.

9개월간 박지성을 따라다닌 생존 논란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영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현지 언론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지난해 12월 박지성의 재계약을 놓고 “불투명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지성의 골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박지성이 맨유에서 네 시즌동안 100경기 이상의 출전 기록을 갖고도 불과 9골을 넣는 데 그쳤다는 점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박지성은 1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중 10골을 넣겠다”고 선언,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2월에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까지 나서서 “박지성이 구단과 재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후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은 거칠게 돌변했다. 박지성은 ‘열심히 뛰어 상대 진영을 무력화하라’는 당초의 역할을 탈피해 골 욕심을 내기 시작했고 맨유 입단 후 한 시즌 최다 기록인 4골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박지성이 맨유 입단 후 첫 옐로 카드를 받은 것도 논란이 불거진 다음이었다.

이처럼 박지성이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구단은 박지성의 재계약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맨유는 7월 아시아투어를 마친 뒤 박지성의 재계약 문제를 확정짓겠다고 한 차례 밝혔으나 이후에도 1달 넘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올 시즌에 돌입한 지난달 26일에서야 “박지성이 주급 6만5000 파운드(1억3000만원)에 맨유와 4년 재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텔레그래프)가 나오면서 박지성의 재계약 전망은 낙관적으로 돌아섰다. 이제 박지성은 맨유가 제시할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박지성이 30대 초반까지 명문 클럽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하위 리그나 팀으로 옮겼을 경우 박지성의 축구 인생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맨유에 잔류, 즉 생존했다고 해서 모든 걱정거리를 털어낸 것은 아니다.

박지성은 여전히 빈곤한 골결정력과 미미한 존재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기존의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올 시즌 맨유의 중원에선 베테랑들과 출전 욕심을 내는 신예들의 각축, 그리고 부상자들의 복귀와 지난 시즌 부진했던 루이스 나니의 부활 등으로 한층 더 뜨거운 주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팀에 매우 많은 미드필더들이 있어 시즌 내내 로테이션 시스템(순환 차출 방식)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빠른 시일 내에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박지성이 올 시즌 맨유의 주전 미드필더가 사실상 확정될 시즌 중반까지 퍼거슨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한다면 생존 논란은 다시 불거질 것이다.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구단으로 임대되거나 방출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지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격포인트다. 지난 시즌처럼 목표를 설정하고 다가서는 노력을 할 때에야 비로소 지난 5년 간 자신의 마케팅적 가치를 높여준 한국 팬들과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준 구단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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