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명성황후 민자영(수애 분)과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히로인 수애를 최근 서울 광화문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연이은 영화 홍보 활동에 지쳐보였지만 명성황후 역에 대한 감상을 얘기할 때는 생기가 돌았다.
수애는 명성황후 역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서 감히 평생 받아볼 수 없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제 명성황후는 ‘사랑받는 여인’이에요. 여태까지 이런 측면이 그려진 적은 없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어요.”
명성황후와 무명은 서로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나 그 사랑을 드러낼 수 없는 사이다. 수애는 이를 표현하고자 “눈에 심장을 담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없는 거잖아요. 자영은 말투와 행동에서는 내내 무명을 등지고 감정을 절제하려고 하죠. 그러니까 눈빛으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전 눈에 하트를 달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는 두 사람이 일본 낭인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수애는 이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내내 눌러오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일 뿐 아니라 이 죽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서였다.
“자영은 그 순간 죽음도 두렵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두려움과 수치심을 모두 뛰어넘는 사랑이 있었잖아요. 황후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아, 이 장면이 어려웠던 이유가 또 있어요. 칼에 찔려 피범벅이 돼야 하는데 의상이 한 벌밖에 없는 1000만원짜리 였거든요.(웃음)”
수애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현장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전엔 현장의 의미, 공동작업의 가치를 잘 몰랐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과정 하나하나를 배우고 즐겼다고 했다. ‘님은 먼 곳에’를 찍으며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배우와 영화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생각하게 된 결과라고 그는 말했다.
“영화는 모두가 함께하는 작업이고, 이 과정이 일방적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스태프와 호흡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단지 의무감이 아니라 영화 작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뭔지 배웠죠. 그래서 영화에 더 애착이 갑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아는 수애는 단아한 이미지로 정리됐다. 하지만 그는 이제 팜므 파탈 역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에 열정을 태운다. 배우가 현장에서 갖는 존재감의 의미도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수애가 앞으로는 어떤 배우로 우리에게 다가설지 자못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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