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다’ 베라 “한국인을 들쥐라 안했다”

‘미수다’ 베라 “한국인을 들쥐라 안했다”

기사승인 2009-10-06 18:00:01

[쿠키 문화]“책을 쓰면서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독일어 원문을 오역하거나 부분발췌하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내용까지 포함시킨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되는 걸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한국어판을 통해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KBS 2TV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독일인 베라 호흘라이터(30·사진)씨가 6일 여행 에세이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문학세계사) 한국어 판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앞서 7월 이 책의 독일어판을 독일 현지의 유명 출판사에서 발간했는데, 글 내용 일부가 빌미가 돼 인터넷에서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한국어가 부족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 책의 번역자인 김진아(36)씨를 통역으로 대동하고 독일어로 간담회를 이어갔다.

베라 씨는 “원래는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을 오려고 하는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 한국에 관한 책이 독일에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많은 오해가 생겨 올바른 번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를 테면 인터넷에서는 ‘예의바른 유럽인으로서’라는 대목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베라 씨는 “꽤나 교양 있는 양 행동하는 유럽인들의 유럽 중심 사고를, 그리고 저 스스로를 풍자하려고 한 것이지 한국을 비하하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지하철에서의 한국인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실험실의 쥐’ 또는 ‘들쥐’라고 지칭했다고 해서 문제가 됐는데, 그 부분의 정확한 문구는 ‘초등학교 때 언니가 키우던 사막쥐(독일에서는 햄스터처럼 애완용으로 키운다)’다. 번역자 김진아 씨는 “한국과 달리 독일 사람들은 쥐를 좋아한다. 그래서 팬시점에 쥐 캐릭터가 많다. 특히 사막쥐는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이다”라고 덧붙였다.

베라 씨는 책 군데군데에서 한국인들의 입시 스트레스, 지하철에서의 무례, ‘빨리빨리’ 결혼식, 목욕탕 꼴불견, 영어 콤플렉스 등 일상적인 풍경들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논평했다. 그러나 한국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정적이라고 해도, 그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한없이 긍정적인 평가만은 아니다. 아름답고 낭만적으로만 그려진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은 호감보다는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독일인은 자기 나라의 흠과 잘못된 점에 민감한 국민이다. 그래서 지구상에 흠잡을 데 없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는다. 실제로도 그런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진 나라이다. 나는 여행 가이드를 쓰려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의 단점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 충격이 특별한 예외상황이 아니라 흔히 있는 일이며 일상의 동반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베라 씨는 ‘한국형 악플’에 꽤나 시달렸지만 간담회에서 결코 흥분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꼬집었다. “한국에서는 책을 썼든 안 썼든 공인들이 특별한 잘못이 없어도 구설수에 많이 오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악플들을 봤지만 일단 자유로운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여요. 하지만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하는 것과, 사실이 아닌 걸 갖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둘러싼 한국인 폄하 논란은 또 하나의 ‘인터넷 마녀사냥’ 해프닝으로 보인다. 책은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솔직하며 깊이도 있다. 독일에서는 언론 서평을 비롯해 매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의 대학에서 문학과 정치학, 역사학을 공부하고 독일의
여러 신문 및 잡지에 에세이를 실었을 정도로 필력을 갖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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