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68·사진) 감독이 ‘최고의 싸움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이 최근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한 ‘스포츠계 앙숙 50선’에서 퍼거슨 감독은 가장 많은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비록 1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대부분의 지도자와 선수들이 한 번씩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퍼거슨 감독이 잦은 분쟁에 휘말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데일리메일’이 뽑은 퍼거슨 감독의 가장 큰 앙숙은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이다. 두 사람의 반목은 퍼거슨 감독이 웽거 감독에게 “풋내기는 일본축구에나 매진하라”고 폭언을 퍼부으면서 시작됐다. 웽거 감독은 1995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를 지휘하다 96년부터 아스널 사령탑에 올랐다.
2004년에는 4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벌였던 아스널이 맨유에 0대 2로 패하자 아스널 선수들이 퍼거슨 감독에게 피자를 던졌던 이른바 ‘피자게이트’ 사건으로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퍼거슨 감독과 웽거 감독의 다툼은 ‘데일리메일’이 뽑은 스포츠계 앙숙 50선에서 5위에 올랐다.
퍼거슨 감독은 또 맨유의 오랜 라이벌 리버풀에서 여섯 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과의 앙숙 관계로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퍼거슨 감독과 영국 방송 BBC의 갈등은 34위를 차지했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멈추지 않았던 BBC를 2007년부터 맹렬하게 공격했고 그 악감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퍼거슨 감독의 싸움꾼 기질은 구단 최대주주에게도 예외없이 발휘됐다. 경마광으로 유명한 퍼거슨 감독은 절친한 친구였던 경마재벌 존 매그니어가 맨유 최대주주로 오른 뒤 ‘말(馬)’ 다툼에 휘말리면서 반목을 시작했다.
퍼거슨 감독은 2004년 매그니어와 공동으로 소유했던 챔피언 경주마 ‘록 오프 지브롤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고 이에 매그니어는 맨유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구단 내 발언권을 높여 퍼거슨 감독에 대한 사퇴 압력을 넣었다.
퍼거슨 감독은 그러나 현재 맨유의 구단주인 말콤 글레이저가 2005년 5월 매그니어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39위에 올랐다.
한편 ‘데일리메일’은 스포츠계 앙숙 50선에서 60년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성기 시절을 불러왔던 돈 레비(1989년 사망)를 향한 브라이언 클러프(2004년 사망)의 오랜 질투를 1위로 뽑았다.
당시 레비가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설로 추앙받자 팀 내 또 다른 스타였던 클러프는 질투심을 감출 수 없었고 서로에 대한 점잖은 독설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그러나 기자들 앞에서 거짓 웃음과 불편한 칭찬으로 일관해 영국 축구팬들의 조롱을 받았다.
두 사람의 갈등을 다룬 영화 ‘망할 놈의 유나이티드(Damned United)’는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데일리메일’은 레비와 클러프의 사례를 소개한 뒤 “몇 년 뒤에는 퍼거슨과 웽거의 앙숙 관계를 영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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