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원기준 “영포왕자는 내 인생 최고의 캐릭터이자 풀어야 할 과제”

[쿠키人터뷰] 원기준 “영포왕자는 내 인생 최고의 캐릭터이자 풀어야 할 과제”

기사승인 2009-12-30 14:59:01

"[쿠키 연예] 오는 31일 종영을 앞둔 MBC 일일아침극 ‘멈출 수 없어’가 유종의 미를 거둘 채비를 마쳤다. 반 년 가까이 ‘아침드라마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흥미진진한 갈등 구조에 배우들의 호연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20~40년 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의 깊이를 더해온 정애리, 이보희, 선우용여의 노련미와 김규리, 이지훈, 박하선, 유건의 젊은 패기가 빛났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는 배우 원기준이 있었다.

‘멈출 수 없어’는 재물과 권력에 눈이 먼 임봉자(정애리)의 계략에 수십 년 동안 눈물로 세월을 보낸 구효선(이보희), 어머니를 대신해 임봉자와 맞서는 홍연시(김규리),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굴곡진 삶이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원기준은 극중 임봉자의 아들이자 연시의 전 남편 이병주로 열연했다. 이병주는 극 전개에 따라 캐릭터가 변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초반 연시에게 순수한 사랑을 건네는 ‘자상한 남자’로 각광받았지만 중반을 넘으면서 ‘물질’과 ‘명성’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비열한 남자’로 전락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랑했던 아내를 감금, 폭행하는 악랄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원기준은 ‘나쁜 남자’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병주가 처음부터 비열했던 건 아니에요. 밝은 심성을 가진 인물이었으나 주변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변해간 거죠. 모든 걸 다 갖춘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무일푼으로 쫓겨나게 되면 병주처럼 나쁘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병주는 나쁜 남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사랑에 있어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적극적이었던 멋진 인물인 것 같아요.”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이병주로 살면서 시청자와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SBS ‘진주귀걸이’ 이후 4년 만에 아침드라마를 다시 찍는 건데요. 이번 작품은 시청자의 입장이 되어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까’ 기다리면서 즐기는 기분으로 촬영할 수 있었어요. 매일 시청자와 아침인사를 나누는 느낌이었죠. 또 얄미운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병주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행복했고요. 촬영이 없는 날 길거리로 나가면 옆집 총각을 대하듯 친근하게 다가와주시더라고요(웃음).”

어떤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서글서글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니 누구든지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도 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유형이다.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팬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남기는 자상한 남자이기도 하다.

“제가 연기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에 팬들의 사랑이 각별하게 다가와요. 제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짧은 글이나마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예요.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설렘과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1994년 SBS 드라마 ‘까치네’로 데뷔한 이후 15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해 온 그이지만 팬이 보내주는 격려 하나하나에 크게 감동하고 있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면서 팬들의 사랑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됐단다.

10년 동안 단역 생활을 전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원기준에게 운명의 여신은 손을 내밀었다. 2006년 MBC 화제작 ‘주몽’에서 금와의 아들이자 정권을 놓고 형제들과 대립하는 영포왕자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배우로 데뷔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배역을 만나지 못 했죠. 조연이나 엑스트라 생활에 지치다보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기운을 내 ‘10년만 꾹 참고 기다려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달려왔죠. 그렇게 딱 10년을 채우던 해에 만난 작품이 ‘주몽’이었어요. 그때 영포왕자 역을 맡지 못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 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캐릭터였습니다.”



영포왕자는 오늘의 그를 있게 해 준 고마운 캐릭터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뒤를 따라다닌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길거리에서 팬들을 만나면 이병주보다 영포왕자로 더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물론 영포왕자로 기억해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리지만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로 굳어진다는 건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요. 처음엔 정말 속상했는데 그만큼 제가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증거겠죠. 조만간 영포왕자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려고요.”

올해 이병주로 살아가면서 팬들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는 원기준. 2010년은 도전과 성취의 해로 잡았다. 내년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뮤지컬학과 교수로 변신해 교단에 선다. 배우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내달 4일 첫 방송되는 SBS 대작 ‘제중원’과 사전제작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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