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피겨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세계최고점수(210.03점) 보유자인 김연아는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자들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연아가 처음 돌파했던 200점대 진입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일부 경쟁자들은 금메달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개최국의 안방마님 조애니 로셰트
판세가 동아시아로 기운 상황에서 조애니 로셰트(24·캐나다)는 서양권의 자존심을 지켜줄 마지막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최국 캐나다도 그의 메달 획득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선수권대회에서 208.23점으로 정상을 밟았다. 6년 연속 우승이자 여자 싱글 사상 세 번째 200점대 돌파였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는 3일 피겨스케이팅 전문매체 ‘아이스네트워크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충만하다. 훈련의 성과도 좋다”며 “나에게는 그것(메달)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왕년강호의 신성 레이첼 플랫
북미에는 로셰트만 있는 게 아니다. 캐나다와 인접해 개최국처럼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미국에도 금메달 후보가 있다. 레이첼 플랫(18)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랫은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유일한 선수다.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16.11점으로 김연아(111.70점)를 2위로 밀어냈다.
비록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족했던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김연아에게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이후 상승세를 타며 동계올림픽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달 24일 전미선수권대회에서는 200.11점으로 우승, 여자 싱글 사상 네 번째이자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200점대를 돌파했다.
쿼드러플 살코를 추억하는 안도 미키
안도 미키(23)는 고민에 빠진 일본에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플랫이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를 이겼다면 안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이긴 유일한 선수다.
그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65.64점)를 간발의 차로 앞선 66.20점으로 1위에 올랐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을 허용, 2위에 머물렀다.
동계올림픽에서는 쿼드러플 살코(4회전 점프)를 실행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02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성공한 쿼드러플 살코는 여자 싱글에서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번번이 실패했으나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성공할 경우 고득점으로 이어져 금메달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안도를 지휘하는 니콜라이 모로조프 코치는 2일 “동계올림픽에서 안도가 김연아를 이길 수도 있다. 쿼드러플 살코를 하지 않는다고 김연아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달권에서 멀어진 ‘한때’ 경쟁자들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에서 가장 큰 대항마는 단연 아사다 마오(20·일본)다. 문제는 아사다가 올 시즌 내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사다는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에서 끝난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183.96점으로 우승했다. 비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김연아의 최고점보다 26.07점 뒤진 점수로 추락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부진이 동계올림픽까지 계속된다면 김연아의 금메달 도전은 한결 더 쉬워질 전망이다.
김연아에 이어 세계랭킹 2위를 마크한 캐롤리나 코스트너(23·이탈리아)는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끝난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173.46점을 받는데 그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