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동아시아축구선수권 2차전에서 무려 세 골을 내주고 만회골을 넣지 못해 0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1978년 12월 17일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처음 만나 1대0으로 물리친 뒤 27전 16승11무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으나 첫 패배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중국을 30여년 동안 괴롭혀온 ‘공한증(恐韓症·한국공포증)’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전승한다더니…오만이 불러온 참사
허 감독은 중국전을 앞둔 9일 “3전 전승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직접적 발언은 없었으나 어디까지나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실제로 14일 한국과 일본의 최종 3차전은 대회의 결승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를 이뤘다. 라이벌의 자존심 경쟁과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국끼리 전력을 점검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은 일본과 득점 없이 비긴데 이어 한국을 세 골 차로 격파하며 대회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중국은 3차전에서 홍콩을 이기고 곧바로 열리는 한·일전에서 한국이 비기기만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 경우 동아시아축구 판세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중국을 절대약세, 또는 스파링파트너쯤으로 여긴 한국의 오만은 결국 참극을 불러온 것이다.
‘중국 평균신장 183㎝’…알고도 준비 안 했나
허 감독은 이날 이동국과 이근호를 투톱으로 세워 중국의 골문을 겨냥했다. 그러나 골문을 열기는커녕 위협적인 슛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후반 90분을 마쳤다.
중국의 장신 수비진을 뚫지 못한 게 완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롱하오와 펑샤오팅, 두웨이, 장린펑으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의 평균 신장은 185.25㎝에 달한다.
중국은 전반 4분 위하이가 선제골을 넣은 뒤 대부분의 선수들을 후방으로 배치, 한국의 공세를 틀어막았다. 위협적인 역습으로 전반 27분과 후반 15분 추가골을 넣었다.
날카롭지 못한 로빙패스와 무기력한 슛으로 일관했으나 중국의 장신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전에는 구자철(183㎝)에게, 후반전에는 이근호(176㎝)를 빼고 투입한 상대적 장신 이승렬(182㎝)에게 쉴 새 없이 공을 배급했으나 좀처럼 슛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