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한국 언론의 호들갑에 지쳤는가. 외국 언론들의 설레발은 더 요란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독자는 26일 아침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기쁨의 눈물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눈물의 금메달을 딴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두 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역사의 스핀을 넣고 당당히 서울에서 LA까지 울려진 갈채를 받았다. 보았는가? 느꼈는가? 퍼시픽콜리세움을 가득 채운 수백개의 태극기가 일으킨 바람은 퍼시픽림 거리까지 휩쓸었다. 미식축구였다면 김연아는 5번의 터치다운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야구였다면 5회 콜드게임이었다.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는 올림픽 무대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마치 나는 듯 회전했고 날개가 달린 듯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 19살의 부천 소녀는 눈물을 터트렸다.”
LAT는 일제시대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서야 했던 역사를 소개하면서 “김연아가 일본 선수를 따돌린 것에 한국 팬들은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P뉴스 보도는 이랬다.
“그 모든 부담, 그 모든 기대. 김연아는 가냘픈 어깨에 짊어졌다. 여왕은 이 모든 것을 이고 존엄하게도 인도하였다. 금메달. 세계신기록. 그의 피겨스케이팅 연기는 사상 최고로 기억될 것이다.”
올림픽 중계를 맡은 미국 NBC방송은 홈페이지 제일 위에 금메달을 달고 있는 김연아 사진을 올리고 “연아 여왕이 다스리신다(Queen Yu-Na reigns)”고 제목을 달았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벤쿠버의 일간 ‘벤쿠버선’은 “김연아의 포즈, 힘, 우아함, 배짱은 향후 4년간 여성 스케이팅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아는 완벽했다.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놀랍다. 대단하다.”(NHK)
“범접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 천재라기 보다는 한가지 점프를 65차례 반복하는 노력형.”(아사히신문) “냉정하고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로 경이적인 점수를 얻었다.”(니혼게이자이신문)
세계 최대의 발생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호외까지 찍었지만 제목은 ‘아사다 은(銀)’이었다.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의 세계신기록 수립 직후 경기에 나서 자기 최고점수로 은메달을 따낸 것은 장하다고 위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