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남아공월드컵을 70여일 앞두고 펠레(70·브라질·사진)의 저주가 시작된 것일까. 이번에는 잉글랜드가 희생될 위기에 놓였다.
잉글랜드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25·맨유)는 3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이에른 뮌헨의 2009~201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부상당했다.
루니는 후반 추가시간 1분 마리오 고메즈(뮌헨)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고정 붕대를 감고 목발에 의지해 걸어 나왔다.
잉글랜드는 대표팀 공격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부상으로 수심이 가득하다. ‘더 타임즈’와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그의 부상으로 월드컵 전선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주목할만한 점은 펠레가 일주일 전인 24일 남아공월드컵 4강 후보로 잉글랜드를 지목했던 사실에 있다. 월드컵에서 펠레의 기대를 받은 국가들은 예외 없이 부진했다. ‘펠레의 저주’로 명명된 이 징크스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시작됐다.
당시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에서 간판스타였던 펠레는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조국에 안겼다.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었던 셈이었다. 이후 40여년 간 펠레의 저주는 계속됐다.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스페인을 우승후보로 지목했으나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994년 미국 대회에서는 4강 후보로 기대했던 콜롬비아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자책골을 넣었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조국 마피아의 총에 맞아 숨졌다.
2002년 한·일 대회에서는 2연패를 예고했던 프랑스가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선전을 계속하다 펠레로부터 ‘결승진출’ 예언을 받은 뒤 4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펠레의 저주는 월드컵을 즐기는 지구촌 축구팬들의 흥밋거리에 불과하다. 과학적 근거를 들기 어렵다. 잉글랜드가 펠레에게 루니의 부상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루니의 부상 정도는 다음달 1일 밝혀질 예정이다. 그가 의료진으로부터 ‘시즌아웃’ 소견을 받을 경우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