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태식 감독, 도쿄택시로 서울까지? “12년 전 경험이 영화로”

[쿠키人터뷰] 김태식 감독, 도쿄택시로 서울까지? “12년 전 경험이 영화로”

기사승인 2010-05-31 11:06:00

"[쿠키 연예]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에 빛나는 이창동 감독의 <시>, 칸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전도연과 이정재의 파격 애정신이 주목을 받고 있는 임상수 감독의 <하녀>, <슈렉>을 낳은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1탄에서 받은 430만 국내 관객의 사랑을 뛰어넘어 5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언맨2>. 작품성, 화제, 물량공세 등 각양각색으로 치장한 국내외 작품들이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 틈바구니 속에서 작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영화가 있다. 김태식 감독의 <도쿄택시>다.

<도쿄택시>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문화를 ‘택시’ 소재를 통해 발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4인조 밴드의 리드싱어 야마자키 료(야마다 마사시)가 서울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행을 결정하고, ‘내 사전에 승차거부란 없다’는 택시기사 야마다 카즈시(야마자키 하지메)가 료의 ‘서울 콜’을 수락하게 되면서 이야기꽃이 핀다. 이들은 부산항을 통해 경주를 거쳐 서울로 입성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도쿄택시가 서울까지 간다’는 설정은 독특하고 신선하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일이기에 기발한 발상은 큰 웃음으로 되돌아온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뿌리를 내렸다. 1986년 일본영화학교에 재학한 후 일본에서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1998년과 2000년 도쿄에서 서울까지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지인들로부터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독특한 여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일본인의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실수를 많이 했어요. 지하철에서 무거운 짐을 든 승객에게 대신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도둑으로 몰린 것부터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죠. 일본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일본 문화가 몸에 배고 나니까 국내 문화는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도쿄에서 서울까지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났어요. ‘언젠가 이것을 반드시 작품으로 만들자’ 생각했을 정도로 인상에 남았던 여행 중 하나가 됐죠.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작품으로 만들어 질지 몰랐네요(웃음).”

<도쿄택시>를 보다보면 다큐멘터리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 김 감독이 과거 여행에서 느꼈던 생생함을 스크린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도쿄택시가 서울 명동 한복판에 진입하자 이를 신기하게 본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택시 내부를 빤히 쳐다보는 장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는 ‘핸드 헬드’(Hand Held) 기법을 이용해 공항에서 기절한 야마자키 료가 야마다 카즈시의 손에 이끌려 카트 안에 탄 채 이리저리 휘둘리는 장면 등은 ‘날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본다는 게 이번 작품의 취지였지만 반대로 ‘생경한 일본 문화를 접한 시민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하는 시선도 궁금했어요. ‘도쿄택시를 명동에 갖다놓자’로 결정한 뒤 여러 군데에 카메라를 설치해 스케치를 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드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경찰이 출동해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요(웃음). 무사히 촬영을 마쳤지만 시간이 촉박해 세밀하게 담아내지 못했어요. 그런 점이 아쉽더라고요.”

<도쿄택시>는 당초 일본 케이블 채널 <뮤직 온>(Music On) TV의 10주년 스페셜을 기념하는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1억 5천만 원의 저예산으로 2주 동안 촬영을 마쳐야 했다. 시간적 여유도 넉넉하지 않아 한국에서 8회, 일본에서 2회 단 10회 만에 촬영을 마무리했다. 섬세한 촬영을 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탄탄한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김 감독은 자평했다.

“부산에서 벌어진 자동차 추격신을 하루 만에 다 찍는 걸 보고 두 일본 배우가 정말 놀라더라고요. 게다가 일본 배우들은 아무리 연기라 할지라도 안전상 본인이 직접 운전하지 않거든요. 스턴트맨이 다 연기하죠. 그런데 제 덕분에 이번에 직접 운전 연기를 하게 됐죠(웃음). 다들 끝나고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하면서 일본에서 촬영했다면 절대 안 했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더라고요. 배우들 모두 열악한 촬영 환경에서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요. 다른 촬영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라와 준 배우들에게 고마웠습니다.”



<도쿄택시>는 처음부터 젊은 밴드 싱어와 중년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었다. 초고에서는 할아버지 택시기사와 손자뻘 되는 남자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다 김 감독이 야마자키 하지메와 야마다 마사시를 만난 뒤 캐릭터를 수정했다. 두 배우로부터 받은 인상이 강렬했고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재목감이라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다. 야마자키 하지메는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드라마 <피칸치1,2> <태양의 노래>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이다. 야마다 마사시는 일본 인기 밴드 <더 백 혼>(THE BACK HORN)의 리드싱어로서 12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으로 <도쿄택시>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택시기사는 원래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륜 있는 일본인 배우를 찾았죠. 여러 배우들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사이미 야스마사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야마자키를 만났는데 느낌이 오더라고요. 서글서글한 인상과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고 나니 좋은 예감이 들더라고요. 야마자키가 구심점 역할을 잘 해줘서 영화가 리듬감 있게 나온 것 같아요. 야마다는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고요. 수려한 외모는 국내 여성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웃음).

두 일본인 배우가 김 감독에게 ‘신뢰’를 줬다면 한국인 배우 유하나는 ‘신선함’을 안겨줬다. 극중 스튜어디스로 출연한 유하나는 실제로도 아시아나 항공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하나는 영화 <경의선> <6호선 출구>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조강지처클럽> 대만드라마 <방양적성성>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처음 만나 대화를 했을 때 작품에 대한 이해가 빠른 똑똑한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국인 스튜어디스라 일본인이 볼 때 일어 발음이나 연기가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었겠지만 극중 캐릭터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는 ‘신선하고 상큼한 이미지의 여배우’라며 굉장히 예쁘게 보더라고요. 저도 유하나 씨 덕분에 극의 활력을 얻은 것 같아 기쁩니다.”

세 배우의 호연으로 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 문화가 아기자기하게 잘 그려졌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한 발짝 가까워진 나라’로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공통점을 찾아 스크린에 녹여내는 작업이 자신의 소명임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김 감독은 <도쿄택시> 2탄 격인 일본 굴지의 택시회사 ‘MK택시’ CEO인 재일교포 유봉식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웰컴택시>(가제)를 기획 중에 있다. <도쿄택시>에서 풍겨진 코믹한 영상 마술을 보노라니 <웰컴택시>에 대한 기대가 벌써부터 부풀어 오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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